사이버범죄 & 정보리터리시 소식

 

▧ No, 729
▧ 일시: 2008-12-24
▧ 언론매체: 경향신문
▧ 2009/1/7(수)
의견·감정 표현까지 쉽게 처벌 권력기관 여론통제 악용 우려  

“의견·감정 표현까지 쉽게 처벌 권력기관 여론통제 악용 우려”

경향신문  기사전송 2008-12-24 17:51 | 최종수정 2008-12-26 11:11

감시하는 눈과 비판하는 입이 없는 사회는 썩어갈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진리는 표현의 자유 보호지수와 부패지수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국제기구들의 연례 조사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표현의 자유 보호 수준은 선진국들 중에서 최악이다.


첫째, 진실을 밝혀도 명예훼손 책임을 지우는 나라라는 오명을 유일하게 일본과 함께 뒤집어쓰고 있다.
 우리의 자녀들이 과자를 먹고 쓰러져도, 성폭행을 당해도 우리가 제과회사 이름도, 성폭행범의 이름도 알 수 없는 이유이다.

둘째, 자신의 의견과 감정만을 밝혀도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준다면 법적 책임을 지운다는 세계에 유례없는 ‘모욕’ 제도의 오명 역시 일본 및 독일과 공유하고 있다.
 그래도 독일은 1960년대이래 사문화되어 있고 일본은 구류 벌금 등으로 매우 경미하게 처리하고 있다.

셋째, 역시 일본과 함께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유일한 선진국이다.
 명예훼손 형사처벌은 권력자가 검찰을 동원해 자신의 비판자들을 제압하는 데에 너무나 자주 남용되어 왔기 때문에 조·중·동이 회원으로 속해있는 국제언론단체마저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제도이다.
 결국 소가 걸리는 병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마저도 그 고기를 수입하려는 정부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사법처리되고 있다.
 상대성이론이 부정확하다고 보도하면 인공위성을 띄우려는 과학기술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인가.

넷째, 인터넷에 글을 게시하려면 본인확인정보를 등록해야 하는 유일한 선진국이다.
 자동차에 번호판을 다는 것은 그 이동성과 파괴력 때문이고 금융·부동산 실명제는 탈세와 사기의 위험 때문이다.
 경찰이 행인에게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것도 범죄의 개연성이 있을 때만 허용된다.
 인터넷의 글 게시행위가 그렇게 위험한 일이거나 게시자들이 잠재적인 범죄자란 말인가.

다섯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다양한 행정기관이 표현물의 위법성을 광범위하게 판단하는 유일한 선진국이다.
 외국에서는 지상파방송과 같은 희소가치가 있는 매체에 대해서만, 또는 아동포르노나 음란물 퇴치와 같은 한정된 목표로 행정심의를 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이들 행정기관은 권력자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해 ‘업무방해’와 같이 매우 불분명한 기준을 이용하여 권력에 비판적인 표현물들을 억제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후심의라고 할지라도 행정기관에 의한 심의는 ‘검열’의 범위에 포함되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번 한나라당과 정부의 법안들은 위 상황을 사이버모욕죄, 본인확인제 확대실시 등을 통해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또 포털을 하나의 사이버공간으로 인정하여 그 책임을 경감하고 있는 세계 추세에 반하여 한나라당 법안은 포털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피해자의 요청시 삭제하거나 차단할 의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 동생의 성매매업소 관련 동영상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권력자들은 위에서 말한 명예훼손, 모욕 등의 후진적인 기준을 근거로 자신에게 비판적 게시물들을 더욱 쉽게 삭제할 수 있음은 물론 포털의 자발적인 검열까지 동원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이 너무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다는 ‘대한민국 예외론’자들도 있다.
실제 ‘인터넷 강국’에서 우리는 더욱 많은 표현 욕구를 사이버 상에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표현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표현이 허용되는 것이다.

즉 대다수의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또는 권력자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할 자유가 진정한 표현의 자유이다.
우리의 의료보험이 부끄러운 이유는 가벼운 질병을 앓는 일반인들에게는 세계최고일지 모르나 희귀병, 불치병 또는 큰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는 최악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불온’하지 않은 표현들이 수만 번 허용되더라도 소위 ‘불온한’ 표현이 단 하나라도 처벌된다면 이것은 국민 전체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것이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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