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세상''을 위한 윤리 
[아침논단] ''또 하나의 세상''을 위한 윤리
조선일보 기사전송 2008-10-26 23:01 | 최종수정 2008-10-28 00:52
[박진배 뉴욕 FIT 실내디자인과 교수]
인터넷은 실재하는 삶의 공간 현실과 똑같은 법·윤리 필요
뉴욕의 소호 지역에 두 개의 상점이 인접해 있다.
하나는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과 함께 애플컴퓨터의 4대 히트작 중 하나인 애플스토어.
최신 상품의 소개와 판매, 컴퓨터강좌, 문제가 생긴 컴퓨터를 24시간 그 자리에서 즉시 해결해 주는 지니어스바(Genius Bar) 등 새로운 개념의 고객 서비스를 갖춘 상점이다.
다른 하나는 '케이츠 페이퍼리(Kate's Paperie)'. 각종 종이와 펜은 물론 편지지, 카드, 수첩 등 종이 문화에 관한 모든 것을 판매하는 곳이다.
한때 이 가게의 모토는 "이메일? 무슨 이메일?"이었다.
첨단의 디지털 시대지만 아직도 정성스럽게 친필로 편지를 쓰고 좋은 봉투에 넣어 부치는 정서, 그 문화에 대한 가치를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역발상으로 출발한 마케팅이다.
재미있는 현상은 각기 다른 문화를 대변하는 두 상점 모두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또 그 고객들이 겹친다는 사실이다.
즉 첨단의 디지털 상품을 찾는 많은 고객이 동시에 고전적 통신수단인 종이와 펜도 찾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상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두 개의 세상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하나는 전통적으로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을 정보를 찾는 수단으로만 주로 사용한다.
반면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의 세상 안에서 일하고 머물며 논다.
인터넷은 단지 현 세상의 한구석이나 하나의 경험이 아니라 실제로 공존하는 또 하나의 세상이다.
인터넷에서 얼마나 항해를 하는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본인이 발을 들이지 않아도 경험하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세상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인터넷의 편리함과 기여는 엄청나다.
그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 점이다.
평생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사람들의 말과 글도 온에어(on air)가 되었다.
그리고 반응이 생기기 시작했다.
재미가 붙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은 마치 TV에 출연한 것과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실제로 그들의 글, 댓글은 큰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그 영향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사실이 아닌 것이 왜곡되어 큰 집회의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일도 발생했다.
타인을 모욕하거나 협박하는 것, 타인을 고통과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것은 범죄다.
인터넷의 글들은 TV·신문·잡지 등 기존 미디어와는 다르게 내용이 걸러지지도 않고 실명도 아니다.
그래서 마치 별 책임이 없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곳도 엄연히 존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곳이 또 하나의 세상인 이상 윤리가 있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이제 그곳에는 경찰도 필요하고 법도 필요한 것 같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집안과 학교에서 윤리를 배우고 자랐다.
부모 밑에서 자기만 최고라고 생각하고 자라던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서 동료와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서 사회에 대한 책임도 배우게 된다.
이제 그러한 교육이 인터넷의 세상에서도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때다.
보이지 않는 자신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피해와 상처를 주고, 또 그것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갖추어져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고 과격해지거나 안달할 필요 없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이야기와 마음은 언제나 전달된다.
세상은 그러한 삶을 격려하고 존경한다.
우리에게 존재하는 세상의 형태가 어떠하더라도 그 안에서 공유하는 정서와 책임은 같다.
종이를 파는 상점과 디지털 상품을 파는 상점의 문화가 공존하듯이 말이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 엊그제다.
다방 입구에 붙여진 메모판을 보고 서로 연락을 하고, 딸랑딸랑 종을 울리는 웨이터가 들고 다니는 아주 조그만 칠판의 이름을 보고 누구를 만나고 했던 시절은 느렸다.
하지만 그다지 각박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인터넷 세상의 커뮤니케이션과 정서는 아무래도 좀 다르다.
하지만 그 바탕의 윤리와 경우가 올바르다면 그 세상 또한 정겨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