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소리없는 살인] 3. 전문가 진단

스포츠서울  기사전송 2008-10-07 11:20 | 최종수정 2008-10-07 13:43

한국 연예계의 별 최진실의 자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인터넷상의 ‘악플’(악성 댓글)이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포츠서울은 악플 퇴치 시리즈 마지막회로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법적. 제도적 개선 못지않게 네티즌들의 자정노력과 이를 위한 에티켓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승욱기자 star710@

◇한국방송연기자 협회 김성환 이사장
익명을 이용한 사이버 상의 감정적 악플과 언어 폭력은 이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악플과 사이버 폭력은 또 다른 루머와 괴담을 양산하고 이에 대한 악플이 다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전면에 드러나 있는 연예인 등 공인에 대한 악플의 연속은 사회적 불안과 불신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악플의 가장 큰 원인은 익명성이다. 연예인의 경우 공인인 연예인에 대한 동경과 함께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붙는 무차별적인 반감. 적대감이 악플로 표출되고 있다고 본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대재상산되는 악플은 연예인 개인에게 무의식적인 자괴감과 좌절감을 증대시킨다. 연예인 또한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 인간이 자신에 대한 모멸적인 언행과 평가를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개인에게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적 피폐를 유발할 수 있고 그보다 더 극단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무엇보다 연예인 등 공인을 사이버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네티즌 개개인의 양심과 공인에 대한 애정. 그리고 악플을 경계하는 사회적 풍토가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연예인도 그러함은 물론이다.

◇고려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이민수 교수
비판과 비평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비난과 비방은 상처를 가져오게 한다. 악플의 화두가 된 당사자는 해명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무엇보다 악플로 인해 비난을 받을 뿐 아니라 개인적인 신상정보까지 낱낱이 파헤쳐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이버 폭력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무심코 던진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글을 올린 사람은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인터넷상 댓글이나 게시판을 통해 욕설·폭언을 하는 온라인상 모욕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입법에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제도적 처벌이 악플러들을 막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인터넷 에티켓 교육을 실시하고 바람직한 댓글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일 등이 보다 효과적인 악플 방지법이 될 것이다.

◇(사)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팀 성동진 차장
분명 악플은 사라져야 한다는 것에는 업계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법 제정으로 악플이 완전히 사라질 것인가에는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도 명예훼손이나 근거없는 악의적 비방에 대해서는 고소. 고발이 가능한만큼 새로운 법제정에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업계에서는 악플 피해 확산의 최소화를 위한 업계 공동의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아울러 이용자도 함께 건전한 의사 표현 문화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 지속적인 의식 전환이 이뤄져야 비로소 악풀이 줄어들고 건강한 사이버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윤리팀 나현준 팀장
방통위는 악플 등 인터넷상의 정보 공유로 인한 역기능을 예방하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법·제도적 측면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다양한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게시글로 인한 명예훼손이나 권리침해 등에 대한 피해구제를 위해 포털사가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불법유해정보의 유통방지를 위해 모니터링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인터넷 이용자의 자기책임의식 제고와 게시글로 인한 피해구제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시행 중인 본인확인제 대상사업자를 확대하는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아울러 이용자의 윤리의식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방통위는 ‘아름다운 인터넷세상 만들기’계획을 마련해 인터넷 윤리교육. 교재발간 및 다양한 홍보활동과 캠페인 등을 추진.IT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키도록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