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사기꾼 꼼짝마"

각종 인터넷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소비자의 대응도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사기피해 네티즌은 인터넷사기감시단을 만들어 비슷한 피해를 막고 구제하는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 주부 김아무개(42)씨는 부업거리를 찾다 인터넷 벼룩시장에서 ‘재택근무 자료입력 초보가능’이라는 광고를 보았다.
ㅅ사에 132만원의 가입비를 내면 홈페이지를 분양받고, 인테리어 관련 각종 자료들을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입력하면 네티즌의 유료검색을 통해 한달에 30만~40만원의 고정수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가입비를 낸 뒤에야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홈페이지를 분양받아 많은 자료를 올렸는데도 1년이 될 때까지 자료를 구입하는 유료회원이 한 사람도 없었다.
제공해주는 자료도 고급정보가 아니었고, 그나마 무단도용한 것이었다. 알고보니 자기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김씨는 ㅅ사를 고발하고 돈을 되돌려 받기 위해 카페를 만들고 피해자들을 모았다.

수법등 다양한 인터넷 사기
매년 2배씩 증가 속수무책

지난달 31일 수원지법에서 사기죄 판결이 날 때까지 피해자들의 모임은 큰 힘을 발휘했다.
피해액 4억8천만원을 다 환수하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감시와 고발 활동은 성공적이었다. “피해자 모임과 활동이 없었다면 소액의 피해자들이 혼자서 활동하기 어려워 환불받는 것을 포기하거나,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계속 회원으로 가입해 피해자 수와 피해액 규모가 훨씬 더 늘었을 것”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와 몇몇 운영자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인터넷사기를 감시하고 고발하기 위한 카페 ‘인터넷사기감시단’(cafe.daum.net/monitorstation)을 만들었다.

인터넷사기 당하지 않으려면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사기는 해마다 2배씩 늘어나는 추세다.
2003년 상반기에 1만8956건의 인터넷사기 신고가 접수돼 그 가운데 1만2331건이 검거되었다. 이미 지난해 한해의 발생건수와 검거건수를 넘어섰다.

인터넷사기는 전통적 상거래보다 수법이 더 다양하다. 상대 얼굴을 모르는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져 사기범을 추적하기 어렵다.
피해자들끼리도 서로 모르는 사이가 대부분이다. 많은 피해자가 발생해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피해자가 피해를 자각하기도 어려워 인터넷사기는 되풀이된다. 소비자운동 활동가들은 “인터넷사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마땅한 장치나 기구가 없을 뿐 아니라 경찰 등과도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며 사기 예방 및 구제 대책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피해자들 감시단·카페 개설, 예방 구제활동 직접 팔걷어
 
한국사이버감시단(wwwcap.or.kr)은 인터넷사기를 당했을 때 신속하게 사후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10여개 소비자단체들과 공동으로 지난달 ‘온라인피해 종합신고센터’를 개설했다.

녹색소비자연대(gcn.or.kr)는 사전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박찬 인터넷감시팀장은 “발송확인 후 입금 시스템인 ‘애스크로제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전자상거래를 위축시킬 수도 있고, 다양한 유형의 인터넷사기 예방과 구제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로 구성된 사기감시단은 사기를 예방하고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큰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다음달 인터넷감시단을 발족할 예정이다.

소비자보호원(cpb.or.kr) 문태현 사이버거래조사팀장은 △파격적인 할인가 △현금결제 유도 △사행성 판매방식(선착순·추첨식 경매 등) △긴 배송기간(일주일 이상) △잦은 고객 불만 △사업자와 연락이 어려운 사이트 등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한다. 해당 항목이 많을수록 사기성이 높으니 주의하라는 것이 문 팀장의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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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소비자연대 박찬 인터넷감시팀장 인터뷰
 
"피해자 속출 업체들 온라인 공개"

-기존 소비자보호단체와 비교했을 때 인터넷사기감시단이 다른 점은?

=소비자단체들 가운데 전자상거래 사기를 다루는 곳은 거의 없다. 그나마 소비자보호원이 피해자가 최종소비자일 때만 다룬다. 인터넷사기의 피해자는 최종소비자가 아닌 경우가 많고 수법이 다양해 기존 소비자단체가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기존 소비자단체는 사후 구제 활동이 약하다. 그저 경찰에 신고하는 정도다. 감시단은 이런 점을 보완해 활동할 계획이다.

-인터넷사기감시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사기 유형을 모으고 단원들에게 교육을 시켜 감시 활동과 피해사례 접수에 주력한다. 피해를 본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해당 업체에 경고하고 온라인에 공개할 것이다. 공개할 때는 업체로부터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 역공을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워크숍에서 공개시기 및 공개형태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고 경찰청과 연계해 활동할 계획이다.

-사기를 당했을 때 행동수칙은?

=증거가 되는 메일, 입금표나 통장 등을 보관해두어야 한다. 사업자의 법인등기부를 보고 주소지와 대표자의 정보를 파악한 뒤 사업자의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면 가장 빨리 접수된다. 다른 경찰서에 신고하면 사업자 관할 경찰서에 문서가 도달하기까지 두 달이나 걸린다. 사업자에 관한 정보를 모르는 경우에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해도 된다. 소액의 피해자들이 각자 하기에는 곤란한 일이 많기 때문에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되면 비슷한 피해자들을 찾아서 카페 등에서 단체를 조직해 공동으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승훈 <인터넷한겨레> 기자 whminer@news.hani.co.kr
편집 2003.08.25(월)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