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황당한 시국사건은 “미네르바와 PD수첩” 
[커버스토리]가장 황당한 시국사건은 “미네르바와 PD수첩”
Weekly 경향 원문 기사전송 2009-07-22 17:51
미네르바는 인터넷을 통해 허위 경제 위기설을 퍼뜨린 혐의로 구속수감됐지만,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미네르바 사건을 ‘표현의 자유 활동’을 침해한 가장 황당한 사건으로 꼽았다. <경향신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변론을 맡고 있는 시국·공익 사건은 40여 건이 넘는다.
지난 해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시시때때로 터지는 시국사건으로 한국사회는 시끄러웠다.
변호인의 시각에서 우리 사회를 논쟁으로 몰고 간 시국사건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내릴까.
민변 사무국의 도움을 받아 회원 변호사 41명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변호사들이 생각하는 가장 황당한 시국사건’은 무엇인지가 주제다.<편집자 주>
위클리경향은 설문 참가자에게 지난 해부터 올해까지 발생했던 사건 중 가장 큰 이슈가 됐던 11개의 사건을 나열하고, 그 중에서 황당한 사건으로 생각하는 사건 2개를 선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미네르바 사건 ▲PD수첩 사건이 가장 황당하다고 답변했다.
미네르바 사건은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검찰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박대성씨)를 긴급 체포해 1월에 구속 수감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4월 “박씨에게 자신의 글이 거짓이라는 인식도, 공익을 해할 목적도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 해 7월부터 다음 아고라 경제 토론방에 한국 경제를 분석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네티즌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2008년 12월 29일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 등에 달러 매수 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에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국제신인도와 외환 시장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박씨를 구속 수감했던 것이다.
이 사건을 ‘황당 사건’으로 꼽은 이유에 대해 강기탁 변호사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라는 표현의 자유 활동에 대한 ‘자의적’ 침해”라고 설명했고, 정연순 변호사는 “일반적인 법리로서는 애초부터 수사대상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석연 변호사도 “법 이전에 최소한의 민주적 상식이 결여된 사건이다”고 비판했다.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역사를 ‘긴급조치 시대’로 되돌리려는 어이없는 모습”이라고 날선 이유를 든 변호사도 있다.
PD수첩 사건은 여전히 검찰과 PD수첩 제작진 사이 논쟁이 진행 중이다.
지난 해 4월 29일 MBC PD수첩은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방송했다.
이후 청와대는 PD수첩 제작진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농림수산식품부도 명예훼손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부 장관도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PD수첩 수사는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수사팀 부장이 수사 중간에 수뇌부와의 갈등으로 자진사퇴했고, 제작진의 이메일과 휴대전화 통화기록물 압수수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리고 검찰은 6월 18일 PD수첩 PD 4명과 김은희 작가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발표하면서, 김 작가의 이메일 일부를 공개해 인권침해 시비를 낳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국가나 지자체 및 그 기관장’이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느냐로 법조계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PD수첩 사건을 황당 사건으로 꼽은 이유에 대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모 변호사는 “허용되는 행위를 일정한 정치적 의도로 무리한 법리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송기호 변호사는 “작가의 이메일을 유출해 인권침해를 했고, (방송의) 비판기능을 (검찰이) 자의적으로 억압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국민의 건강권, 대미 협상관계 문제점에 대해 비판하고 알려주는 언론의 기능에 충실했던 보도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언론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사건이다” “정부정책 비판은 명예훼손 대상이 될 수 없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민변 사무실에서 MB악법 저지 철야농성을 벌였다. <경향신문>
민변 소속 변호사 41명은 이구동성으로 이명박 정부의 법치주의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변호사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사건은 정연주 KBS 전 사장의 배임혐의건이다. 정연주 전 사장은 2005년 국세청이 KBS에 2300억원의 법인세 등을 부과한 것에 대해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해 1심에서 승소했다.
이에 국세청은 항소를 했고, 항소심 과정에서 법원의 조정 중재에 따라 500여억원을 환급받기로 합의한 후 소송을 취하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연주 사장이 KBS에 189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연주 전 사장의 변론을 맡고 있는 한명옥 변호사는 배임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한 변호사는 “KBS가 승소했다고 해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KBS 승소가 아니라, 국가에서 새로 추징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10년 동안 소송이 계속 된 거 아니냐”며 “소송이 계속되기 때문에, 국세청과 함께 1년 동안 조정안을 내고 협의를 한 것인데, 어떻게 배임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 사건에 대해 변호사들은 “재판과정에서 조정을 수용하는 행위가 배임이라는 것은 법률가의 전문적 상식으로 수긍하기 매우 어려운 법리다” “법원의 조정 결과를 수용한 것이 범죄가 될 수 없다” “정연주 전 사장의 개인비리를 캐다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법원의 조정에 응한 것을 배임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 “검찰 논리대로라면 배임으로 인해 이익을 얻은 국가가 KBS에 피해액을 반환해야 하는 것인가” 등의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외에 나머지 사건들도 황당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광고불매운동 네티즌 실형’에 대해서는 “광고불매 운동을 처벌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현행법에도 반하는 것이다”고 비판했고, ‘용산참사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서 처벌하려는 비상식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변호사는 모든 항목을 ‘황당’ 사건이라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하나같이 범죄라고 볼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문 항목 : ①촛불집회 참가자 및 광우병대책회의 간부 실형 선고 ②역사교과서 수정 사건 ③미네르바 사건 ④아고라 네티즌 고소 사건 ⑤정연주 KBS 전 사장 배임혐의 ⑥실천연대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⑦PD수첩 사건 ⑧용산참사 관련 사건 ⑨광고불매운동 ⑩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징계 ⑪육군전환 요구 전경 사건 ⑫기타)
민변 소속 변호사의 예상을 깬‘미네르바 무죄’‘언소주 유죄’
대부분의 시국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소 이후 판결이 나온 사건은
▲미네르바 사건이 대표적이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미네르바 사건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지만, 미네르바의 무죄에 대해서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고 답했다.
송상교 변호사는 “요즘 법원의 태도상 무죄를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고, 남호진 변호사도 “정권이 유죄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법원이 양형으로 조율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했다.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법관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용기를 가지고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담당판사의 용기가 원인이다” “상식적인 판결조차 담당자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매우 비상식적인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광고불매 운동 네티즌의 실형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박순덕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무죄를 예상했다.
실형 판결이 나온 이유에 대해 “법적 판단을 할 때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재판부가) 범죄가 되는 쪽으로만 사건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재판부가)인터넷 이슈의 전파과정과 자발적 참여 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용기가 부족했다” “법원의 시대인식과 변화된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검찰 개혁 제 1순위 ‘검찰 수사권 및
기소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
민변은 사법위원회를 통해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개선을 마련 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시민들에게도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이제 사법개혁의 화두는 검찰개혁으로 쏠려 있는 듯하다. 설문에 답해준 변호사들 역시 검찰에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통제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꼽은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 1순위는 ‘검찰 수사권 및 기소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꼽았다.
검찰문제의 근원은 권한이 비대한 것이고, 그 핵심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연순 변호사는 “검찰의 기소독점과 편의주의를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하지 않으면 단순히 중수부를 폐지하거나 공직부패수사처를 설립해도 그 권능은 어떤 형태의 조직으로든 다시 흘러갈 것이다”며“기소배심위원회와 같은 곳을 두고 기소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을 하는 등의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제도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한중 변호사도 “법리적으로 무리한 수사와 기소에 대한 통제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정치적 검찰권 행사로 검찰에서 승진 등의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검찰의 권력화와 정치화를 가져왔다” “수사권이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아 ‘묻지마 기소’가 남발되고 있기 때문” 등의 대답이 나왔다.
‘중수부 및 공안부 폐지’를 꼽은 변호사도 많았다.
장영석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무리하게 표적수사를 하거나 하는 데 악용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순덕 변호사는 “검찰에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 있어 이를 분산시켜야 하고, 중수부·공안부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공안 사건을 일부러 만들어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헌법과 법률에 따른 수사권의 행사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부응하는 수사권을 행사하기 때문” 등의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는 답변도 있다.
(설문항목 : ① 검찰 신상필벌 제도 도입 ②특별검사제도 상설화 ③공직부패수사처 설립 ④중수부 및 공안부 폐지 ⑤자치경찰제 도입 전제로 한 검찰수사권 조정 ⑥검찰청장 임명제도 보완 ⑦ 검찰 수사권 및 기소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 ⑧고검 폐지 ⑨재정신청제도 개선 ⑩법조일원화(경력변호사 중 검사 임용) ⑪법무부 주요보직 공개 임용 및 법무부의 문민화 ⑫지방검사장 주민직선제 도입 ⑬국민참여재판 대상 확대 ⑭기타)
비판 목소리 높은 ‘법치주의’ 구호
4월28일 <법률신문>은 ‘법의 날’ 기념 설문조사를 통해 법률가(법조인과 법학교수) 10명 중 6명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법치주의가 후퇴”했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본지 설문에 응답을 해준 민변 소속 변호사들도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법치주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선영 변호사는 법치에 대해 “현대 민주주의의 법치가 ‘실질적 법치’라는 것은 이미 확립된 의견이다”며 “실질적 법치라는 것은 ‘합헌적인’ 법률에 의한 통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철 변호사는 “법치는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고, 또한 법 내용이 정당함을 대전제로 할 때 국민들이 스스로 법의 권위를 인정하고 법에 복종하는 것”이라고 법치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법치에 대해서는 “편파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근거한 법치”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법치” “기본적인 예의나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법치” “껍데기 뿐인 법치” 등으로 날선 비판을 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법치는 사이비 법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변호사도 있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법치가 ‘허울’ 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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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에 참여한 민변 소속 변호사 (가나다 순)
강기탁, 권영국, 권정순, 권정호, 김기현, 김석연, 김은철. 남호진, 류재진, 류제성, 박순덕, 서선영, 설창일, 송기호, 송병춘, 송상교, 안상운, 오정민, 이광철, 이근창, 이민종, 이상희, 이한본, 장서연, 장영석, 전영식, 정병욱, 정연순, 정한중, 조현주, 최강욱, 최정인, 한경수, 한명옥, 한택근, 황희석, 이름을 밝히지 않은 변호사 5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