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범죄 & 정보리터리시 소식

 

▧ No, 68
▧ 일시: 2008-06-21
▧ 언론매체: 문화일보
▧ 2008/6/26(목)
‘초법적’ 사이버테러에 벌벌 떤다  

 

<주말 포커스>‘초법적’ 사이버테러에 벌벌 떤다
 
욕설… 협박… 인신공격 ‘인터넷 집단폭력’
문화일보  기사 게재 일자 : 2008년 06월 21일


인터넷 토론 마당이 ‘집단 지성’의 공간으로만 존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와 다른 의견을 용서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는 ‘집단 폭력’의 온상이 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촛불시위의 열기를 이끌어낸 사이버 광장을 두고 인터넷 전문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터넷 광장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이들이 정치 권력이나 특정 세력의 개입 없이 민주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면서 여론을 모아간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사회의 순기능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집단 지성’의 개념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들에 반하는 의견을 표출한 사람들에 대해 무차별 인신공격을 퍼부으면서 사이버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 이런 공격을 당한 이들은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입고, 그런 과정을 사이버 공간을 통해 지켜본 사람들은 자신이 당할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른바 ‘집단 감성’에 바탕을 둔 인터넷 민주주의의 역기능을 심각하게 노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안 마련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 나와 다르면 돌을 던져라? =
 개그우먼 정선희씨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그는 자전거를 잃어버렸다는 한 청취자의 사연을 전하면서 “아무리 광우병이다 뭐다 해서 애국심을 불태우면서 촛불시위에 참석하더라도 환경오염시키고 맨홀 뚜껑을 가져가는 사소한일들이 사실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범죄”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발언의 책임을 지고 방송에서 하차하라며 정씨를 집중 공격했다. 놀란 정씨는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한동안 방송을 떠나기로 했다.

지난 12일 MBC ‘100분 토론’에 시민 논객으로 출연했던 서강대 여학생 이모씨도 네티즌들의 집중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이씨는 100분 토론에서 “촛불문화제에는 동의하지만 집회법을 어긴 것 아니냐”며 촛불시위의 불법성을 주장했다. 인터넷을 통해 이씨의 주장이 전해졌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네티즌들이 이씨를 타깃 삼아 공격하기 시작했다. ‘서강대녀’라는 검색어는 순식간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서 한동안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에 찬성하는 입장을 피력한 고려대의 한 여학생은 유사한 입장을 공유하고 있는 네티즌들의 압도적인 성원을 받으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사이버 공격은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을 향해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 네티즌들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특정 신문에 광고를 게재한 업체들에 연락을 취해 조직적으로 항의하고 앞으로 이 신문들에 광고를 게재할 경우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협박하는 현상은 일례다.


◆ 도대체 왜 이럴까 =
 인터넷의 순기능을 말할 때 쓰는 ‘집단 지성’ 개념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또는 경쟁을 통해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한 결과인 집단적 능력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광장이 미국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국민 여론을 모은 것을 집단 지성이 발현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은 잘못된 것이며 미국과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사이버공간의 대세를 이루면서 이에 반하는 의견은 무조건 배척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은 ‘집단 감성’의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마녀사냥식으로 특정 개인에 대해 인신공격을 벌이는 것은 집단 감성에 기초한 사이버 테러라는 것이다. 해킹 시도와 악성 코드 유포가 인터넷 인프라 훼손을 목적으로 한 물리적 사이버 테러라고 한다면 집단 감성에 기초한 인신공격은 문화적 퇴행의 한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상수 경인교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감정 표출을 할 때는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집단적 감정 표출은 무분별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빠지기 쉽다”며 “익명성을 기초로 한 인터넷은 이러한 집단 감성이 배태되는 데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 대안은 있는가 =
 집단 감성발(發) 인신공격 행태는 정부의 규제 혹은 기술적·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정부가 아무리 그럴싸한 규제를 한다고 해도 네티즌들은 이를 피해나갈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음란물 범람을 막기 위해 인터넷업체들과 함께 금칙어 제도를 마련했으나 네티즌들은 이를 유유히 비켜나가는 게 현실이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제한적 본인확인제 역시 제한적인 효과만 거둘 수 있을 뿐이다.

결국 택할 수 있는 대안은 느리고 약해 보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교육과 홍보 활동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변변한 정보 윤리 교재 하나 없는 현실에서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얘기다. 권혁조 광운대 정보통신대학원장은 “지금까지는 정보화 확산에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잘 갖춰진 인터넷 인프라에서 어떻게 바람직한 문화를 창조해나갈지에 대해 정부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윤리의식 제고는 인터넷 문화 발전의 초석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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