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인터넷에 갇힌 청소년들 <데스크 시각>인터넷에 갇힌 청소년들
문화일보 기사전송 2008-09-23 13:31
“지금 청소년들이 20년, 30년 뒤 나라의 주역이 됐을 때가 걱정이다.
지금처럼 나약하고 책도 읽지 않고, 창조적 문제해결력도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 주도층이 되는 시점에 통일문제, 개헌 문제 등 한반도의 명운을 좌우할 일들이 한꺼번에 닥칠 것 같은데 과연 이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70대 중반의 한 원로 정치학자는 필자와 만나 태산 같은 미래 걱정을 털어놨다.
이처럼 기성세대가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신세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면 신세대들은 기성세대를 극도로 불신한다.
국민연금 부담과 생태계 파괴 등 엄청난 과제만 떠넘기면서 무슨 큰소리냐는 항변이다.
이제 세대간 갈등이 경제문제에서 환경문제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어찌됐든 이같은 난제를 풀어야 할 주역들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인터넷에 모든 답이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어른들 말도 쉽게 무시한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A인데, 왜 B라고 얘기하느냐고 반문한다.
표피적이고 단편적인 인터넷의 두뇌양식을 따라하는 습관에 흠뻑 젖어있는 탓이다.
한국은 의심의 여지없이 컴퓨터 중독 사회가 됐다.
온라인에 의존하지 않고 정상적 삶이 가능할 것인지조차 의문이라는 사람도 주변에 적지않다.
미국 독해연구소의 조사결과 백인 청소년 17명 중 1명만이 전문적인 텍스트를 읽고 그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클 르고 지음 ‘싱크’) 한국도 그에 못지않을 것 같다.
최근 서울 강남에 사는 한 친구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같은 동네에 사는 멀쩡하게 명문대를 나온 청년이 몇년째 집 바깥으로 안나가고 인터넷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부모는 쉬쉬하면서 애만 태우고 있다고 했다.
취직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일자리를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인터넷 바다에 빠져 지낸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스스로를 인터넷이라는 지하실에 가두고 있는 신종 자폐증 환자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그들의 집이 비록 부유하다고 하지만 이러다가는 자식이 환갑이 될 때까지 부모가 보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혀를 찼다.
디지털과 함께 비주얼 문화 중독도 생각의 폭을 좁힌다.
신세대들이 즐기는 비주얼 문화의 대표주자가 영화다.
하지만 어지간한 블록버스트 영화는 관객이 500만~600만명이 돼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극장에 300만명이 들면 ‘대박’을 터트리던 시절은 먼 옛날 얘기다.
수백만명의 관객을 모아들이기 위해 제작자들이 작품성보다 상업적 가치를 우선하게 된다.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영화들만이 넘쳐나는 이유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는 영상문화의 위력을 감안할 때 청년들의 사고도 상투적인 틀에 갇혀버릴 위험이 크다.
인터넷과 영화 전성기에 출판 문화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위기니, 불황이니 하는 말은 출판업자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단어이긴 하다.
하지만 출판업자들의 요즘 하소연은 진짜 가슴에 와닿는다.
작년보다도 책 매출이 30%이상 준데다 많은 출판사들이 아예 책을 안내고 있어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라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불황 때 책이 더 잘 팔린다. 위기를 탈출하는 해법을 책에서 찾기 때문이다.
논술을 위한 독서에 치여 지내다 책을 더 싫어하게 된 청소년들은 사회인이 된 뒤 책을 더 멀리한다.
출판문화는 갈수록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제조업보다 지식산업과 소프트 파워가 부상하는 시대다.
에너지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활자(책 저술)도, 멜로디(음악창작)도 자원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작곡을 하기보다 인터넷에서 쉽게 남의 음악을 베끼거나, 글을 쓸 때도 남의 지식을 우려먹는 데 이골이 난 한국 청년들은 지식산업 사회의 첨병이 되기 어렵다.
한국 지식산업 체계 전반을 다시한번 입체적으로 되짚어보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문화일보 [[예진수 / 문화부차장]]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