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범죄” vs “범죄자 양산”…‘사이버 모욕죄’ 논란

쿠키뉴스  기사전송 2008-07-22 17:18

“정부가 일본에 독도를 팔아넘겼다.”, “OOO 장관은 조폭 같은 X이다.”

앞의 문장과 같은 주장을 인터넷에서 했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사이버 명예훼손죄(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돼 7년 이하의 징역·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형법 상 명예훼손(5년 이하 징역·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강한 처벌이다. 온라인 상 명예훼손 실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2001년 사이버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욕적 언사로 볼 수 있는 뒷 표현의 경우, 현행 법체계로는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형법 상 모욕죄(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성립 여부가 문제된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22일 국무회의에서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온라인 상의 모욕 행위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죄처럼 별도 처벌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당연히 처벌 수위도 형법보다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사이버 상에서 막말이 오고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과잉 입법으로 볼 수 없다”면서 “사법처리 대상이 과거에는 문서, 출판물 등이었지만 인터넷이 활성화된 이상 필요한 법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도 “사이버 모욕죄는 익명성 때문에 죄질이 더 나쁜 경우가 많다”면서 “형법에 비해 형을 가중하거나 친고죄 부분을 삭제하는 식의 입법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인터넷 상 게시물의 공연성(公然性) 범위를 정하는 게 쉽지 않아 범죄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형법 상 모욕죄로도 처벌할 수 있는 만큼 남용의 위험성도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강력히 반발했다.
한 변호사는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며 “범죄 요건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법 제정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엄격한 요건을 만들지 않는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쿠키 사회]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문수정 김경택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