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건전정보 신고대회' 우승한 한승배씨 17일간 유해사이트 4980건 접수
교사 한끼 438건으로 1등
자살사이트 접속한 제자 투신 뒤
유해환경 폐해 실감하고
인터넷중독 예방 교사 활동
신고해도 운영 계속돼 분통

△ 청소년보호위원회·한겨레신문사 공동주최 '인터넷 불건전정보 신고대회'에서 우승한 한승배씨와 아들 근형군이 집에서 다정하게 인터넷을 즐기고 있다.

“불건전 사이트 신고 400여건은 많은 것 아닙니다. 인터넷에 유해환경이 얼마나 넘쳐나는데요.”

지난 12일 끝난 청소년보호위원회·한겨레신문사 공동주최 ‘불건전정보 신고대회’에서 1등을 한 한승배(37·용인 포곡중 교사)씨는 기쁨을 말하기보다 인터넷 유해환경의 유해성을 더 염려했다.
“아직도 신고할 게 너무 많다”는 한씨는 인터넷 역기능을 방지할 사회적 예방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넷사랑! 아빠와 함께’ 캠페인의 하나로 열린 이 대회에서 한씨는 438건의 인터넷 불건전 사이트를 신고해 모두 567명의 참가자 가운데 최다 신고건수를 기록했다. 17일 동안의 대회기간에 음란·폭력 등 청소년 유해사이트가 모두 4980건이 접수됐다.
또 한씨는 모두 1848명이 참가한 ‘아빠와 함께 하는 정보검색대회’에도 아들 근형(7·초등1년)군과 함께 참가해 모두 7개의 퀴즈를 쉽게 맞혔다.

3년 전부터 한국사이버감시단 모니터요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한씨는 인터넷 유해환경 감시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웹서핑 중이나 스팸메일을 통해 알게 된 불건전 사이트를 수시로 신고하는가 하면, 관련 대회에도 곧잘 참가한다.
지난 7월 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청소년 유해정보 신고대회에서는 모두 600여건을 신고해 3위를 차지했다.

수백건의 불건전 사이트를 찾아내는 게 한씨에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유해사이트가 워낙 많은데다, 서로 링크돼 있어 한 사이트를 통해 수십 수백건의 사이트를 찾아낼 수 있거든요.
메일을 통해 저절로 배달되는 사이트만 해도 몇개입니까” 한씨는 지난 대회 때 신고한 불건전 사이트가 아직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어 분통이 터졌다고 한다.

담당 과목이 컴퓨터인 한씨에게 인터넷 유해환경은 자연스런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지난해 3월 겪은 한 사건은 그를 구체적 행동에 나서게 했다. “당시 재직하던 고등학교의 한 여학생이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사람과 아파트 13층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말았어요.” 그를 더욱 충격으로 빠뜨린 것은 그 학생이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중상위권의 성적에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는, 겉으론 지극히 모범적인” 학생이었다는 점이다.

인터넷 유해환경의 폐해가 일부 청소년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 그는 그 즉시 인터넷중독 치료 전문상담사 자격 과정을 밟는 등 인터넷 역기능과의 본격적인 전쟁에 나섰다.
그는 현재 재직 중인 학교에서 학생 인터넷중독 예방 담당교사이면서, 인터넷중독 상담가과정 교사연구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또 경기교육청에서 인터넷중독 실태와 예방교육에 대해 발표를 할 만큼 관련 분야에서 능력과 열정을 인정받고 있다.

한씨에게 인터넷 역기능과의 싸움터는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최근 아들 근형이의 전자우편함에 음란 스팸메일이 5통 들어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근형이가 메일을 사용한 이후 음란 스팸메일은 처음이에요. 초등학교 1학년한테까지 그런 게 들어온 걸 보니 놀라우면서도 어이가 없더군요.
어린이, 청소년용 유해정보 차단장치도 허점이 많습니다.”

근형이는 유치원 때부터 컴퓨터를 배운데다, 학교에서도 컴퓨터 교육을 하는 덕에 메일과 인터넷을 어렵지 않게 이용한다.
한씨는 근형이에게 “인터넷은 반드시 엄마, 아빠와 함께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다행히 근형이는 아직 불건전 사이트의 ‘정보’를 ‘알거나’, 인터넷에 빠질 정도의 재미를 붙일 만한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근형이가 커갈수록 한씨의 조바심은 커져 간다.
“계속 관심을 갖고 대화를 해야죠. 또 제가 컴퓨터 실력이 있으니, 쉽게 근형이가 인터넷 역기능에 물들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씨는 앞으로 인터넷중독 클리닉센터를 만드는 등 더욱 체계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아빠로서, 교사로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인터넷 유해환경 감시와 중독 방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그는 “이런 활동이 전사회적으로 더 많이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종태 기자 jtkim@hani.co.kr
편집 2003.10.19(일)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