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범죄 & 정보리터리시 소식

 

No, 893
▧ 일시: 2009-07-13
▧ 언론매체: 조선일보
2009/7/23(목)
[태평로] 사이버 아마겟돈  

[태평로] 사이버 아마겟돈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09-07-13 10:06 최종수정 2009-07-13 10:21

SF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주인공은 미친 컴퓨터가 핵무기로 인류를 공격한 날을 성경 구절에 빗대어, '심판의 날'이라고 불렀다.
최근 우리나라 주요 인터넷 사이트가 바이러스(악성코드)로부터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다. 한번 상상해본다. 영화에서처럼 우리가 쓰는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먹통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 회사 사내 전산망과 인터넷, 휴대폰마저 다운된다면 내 생활에 무슨 영향을 미칠까?

점심 먹고 낸 신용카드부터 에러가 날 것이다.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갔더니 현금인출기도 고장이다. 송금, 입·출금도 할 수 없다. TV 뉴스에선 항공기와 철도 운행이 중단됐다는 뉴스가 나온다. 차를 몰고 나갔더니 경찰관이 손으로 교통신호등을 작동하는 바람에 시내 교통은 마비 상태다. IPTV, 인터넷 전화가 불통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업무는 기억력과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불편한 것을 넘어서 생존을 걱정할 지경이 될 것이다.

만약 전력 통신망이나 상하수도를 통제하는 컴퓨터마저 다운된다면 단 한 순간에 서울은 중세 암흑시대로 바뀔 것이다.
전기가 끊겨 촛불에 의존하고, 물이 없어 화장실마다 오물로 넘쳐난다. 혹시 군(軍) 전산망이 바이러스에 점령된 상태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더 비극적인 상상도 가능하다.

누군가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지어낸 이야기로 사람들을 겁주지 말라'고 면박 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전혀 엉터리가 아니라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 2003년 1월이 대표적인 예다. KT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해킹당해 모든 인터넷이 다운되는 '대란'이 벌어졌다.
당시 인터넷이 완전 복구되는 데 무려 일주일이 걸렸다. 그 후에도 인터넷 뱅킹과 온라인 쇼핑몰, 심지어 청와대 홈페이지마저 줄줄이 해킹당하면서 정보가 빠져나가거나 인터넷 사이트가 다운되는 사례가 빈발했다.

그렇다고 대형 인터넷 범죄를 저지른 해커가 붙잡힌 적도 없다. 설사 붙잡힌다고 해도 몇 개월 감옥에 있다가 풀려나, 높은 연봉을 받고 기업체에 스카우트될 것이다.

지난 1993년 청와대 PC 통신망 ID를 도용, 은행 전산망에 접속했다가 적발된 국내 1호 해커는 6개월간 구치소 신세를 졌다.
그는 풀려나자마자 대우그룹 전산 통합업무를 다뤘고, 맥쿼리 IMM, 딜로이트 컨설팅 임원을 거쳐, 국민은행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번 사이버 테러 주범도 잡히기 어려울 것 같다. 잡힌다고 해도 아마 해킹 영웅 대접을 받을지 모른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해킹이나 사이버 테러에 무감각하다. 철없는 청소년들은 죄의식 없이 해킹을 무슨 컴퓨터 장난처럼 여기고, 유명 해커를 우상처럼 떠받든다.

또 철없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며칠 지나면 사람들 머릿속에서 사이버 테러는 잊힐 것이고, 인터넷 보안 업체들이 부자된 것만 화제에 올릴 것이다.

사이버 테러의 경고음이 충분히 울린 만큼,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사이버 전쟁 대응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면 국가정보원 사이버 테러 센터나 정보보호진흥원은 안철수 연구소가 제공하는 바이러스 정보와 치료 백신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 사이버 전쟁에 대비한 예산을 증액하고,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서 해커에 맞설 수 있는 사이버 군대를 키워야 한다.
민주당도 9개월째 국회에 방치된 '국가 사이버위기 관리 법안'부터 논의해야 한다.
사이버 전쟁은 컴퓨터 게임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테러다. 이 싸움에서 지는 날 우리 가족에게 내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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