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범죄 & 정보리터리시 소식

 

▧ No, 143
▧ 일시: 2012호
▧ 언론매체: 주간조선
▧ 2008/7/15(화)
인터넷 시대에 맞는 리더십  

[특집 | 리더십을 생각한다] 인터넷 시대에 맞는 리더십
'소문의 정치'에 맞서 '신뢰의 정치'로 풀라

주간조선  [2012호] 2008.07.07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7/02/2008070200783.html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나락으로 떨어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게 취임 초부터 빠른 속도로 지지도가 폭락한 본질적 이유를 결론부터 말하면, 급변하는 정치사회적 패러다임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다. 마치 빙하의 몸통처럼 거대하게 움직이고 있는 뉴 패러다임은 바로 네티즌 파워이다.

네티즌 파워는 지난 10여년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여 이미 제3의 권력으로 자리잡았지만,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 두 달 만에야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그 위력에 놀랐을 정도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감각이 뒤떨어졌다. ‘전쟁의 기술’의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그린(Robert Green)은 자신의 33가지 전략 가운데 맨 앞 부분에서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라’ ‘과거의 방식으로 싸우지 말라’ ‘평정심을 잃지 말라’고 강조했는데,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과정에서 네티즌의 속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과거 CEO방식으로 대처하고 감정적인 대응을 하다가 낭패를 본 셈이다.

 네티즌 파워는 신속성·공격성·파격성이 특징
‘할 테면 해보라’고 맞서면 저항감만 키워줄 뿐


 
▲ 경찰 버스 위까지 올라선 인터넷 아고라 회원들. photo 조선일보 DB 특히 “과거의 승리에 대한 불필요한 집착은 당신을 옥죈다. 과거에 썼던 방법을 다시 사용하는 우를 범하지 마라”는 로버트 그린의 충고는 이 대통령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집권 초 영어몰입교육과 ‘고소영 인사’, 대운하, 쇠고기 파동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바닷속에 숨어있는 거대한 빙하의 몸통과도 같은 네티즌 파워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전진하다가 좌초한 형국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리더십을 발휘하다가 된통 당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1기 인사의 시행착오와 쇠고기 파동을 거울삼아 향후 4년8개월 동안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펴나가기 위해서는 인터넷 시대의 실체, 즉 네티즌 파워의 실체를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 요컨대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성공할 수 있다. 먼저 인터넷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네티즌의 ‘정보권력화’ 현상이다. 10대와 20~30대를 중심으로 하는 젊은 세대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획득한 무한 정보를 바탕으로 무형의 권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들은 뚜렷한 리더나 배후세력이 없는데도 휴대폰이라는 신병기로 무장하고 연령과 직종, 국경을 넘나들며 마치 ‘괴력의 투명인간’과도 같은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정보권력의 첫 번째 위력은 놀라운 신속성이다. 네티즌들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빠
르게 넘나들고 연령과 세대, 국경을 뛰어넘어 신속한 정보공유와 연락체계·행동지침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벽 4~5시에 일어나 뛰기 시작하지만, 네티즌들은 새벽 2~3시에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며 ‘연이말(연예인, 이제 그들을 말한다)’과 ‘즉빵카페(안티 연예인 카페)’를 오가며 기동력을 발휘한다. 이 대통령의 ‘노 홀리데이’나 ‘얼리 버드 시스템’과 같은 아날로그식 부지런함으로는 네티즌들을 따라잡기 어렵다. 네티즌들은 사이버공간에서 50만~100만명이라는 엄청난 수를 쉽게 동원함으로써 막강한 조직력을 과시한다.

두 번째 위력은 거침 없는 공격성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에 아무런 부채의식이 없던 10대는 쇠고기 파동 과정에서 거침 없는 하이킥을 선보였다. 일부 분노한 네티즌들은 촛불집회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여성 방송사회자를 중도 하차시키는가 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모임에서 3차례 폭탄주를 마신 사실을 들어 ‘장로직을 내놓으라’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러한 네티즌을 상대로 이 대통령이 마치 ‘꼿꼿 장수’처럼 떡 버티고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맞설 경우 저항감만 키울 뿐이다. 권위주의적 방식으로는 반(反)권위적인 그들을 다루기 어렵다.

세 번째의 위력은 파격적인 창조성이다. 네티즌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총동원한다. 최근 사이버 공간에서는 ‘뼈의 최후통첩’이란 제목의 패러디 동영상이 대히트를 쳤고, 촛불시위 초기에는 다음의 ‘아고라’에서 한 고등학생이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해 1주일 만에 130만명이 서명하는 폭발적 동원정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들의 자유분방함은 2007년 대선 때 ‘허경영 신드롬’을 창출할 정도로 정형화된 정치의 틀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정도전의 숭례문 예언설, 독도 포기설, 인터넷 종량제 괴담, 의료보험 민영화와 수도요금 민영화 괴담과 같은 ‘소문의 정치’를 확대시키기도 한다. 이를 가라앉히려면 이 대통령은 ‘신뢰의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소프트하고 친화적인 모습으로 공감 넓히고
도덕적 권위 회복해 ‘맏형 같은’ 리더십을

그렇다면 인터넷 시대에는 어떤 국정리더십이 바람직한가. 무엇보다 탄력적인 소프트 리더십(Soft Leadership)이 필요하다.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를 손쉽게 넘나들며 기동력을 발휘하는 네티즌과 상대하려면 역시 그들처럼 유연하고 신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군부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최루탄을 쏘듯 물대포를 쏘며 맞대응하는 경직된 하드 리더십(Hard Leadership)으로는 저항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성장한 신세대들은 완고한 가부장적 지도자에게 체질적인 거부감을 표출한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네티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화적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다만 너무 가벼우면 권위가 떨어진다. 최근 미국의 부시 대통령,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 일본의 후쿠다 총리 등 서방선진국 지도자들의 지지도가 떨어진 이유도 공격적인 하드 리더십과 함께 언행의 가벼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치 컨설턴트로 유명한 딕 모리스가 집권 초기에는 활달하고 경쾌한 ‘친구형 리더십’보다는 차분하고 믿음직한 ‘아버지형 리더십’이 더 유용하다고 한 조언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에게는 전임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가볍고 즉흥적인 언행으로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부드러움과 듬직함을 겸비한 ‘맏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쌍방향 소통의 리더십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의 홍보기능을 대폭 강화하면서 홍보기획관에 최측근 참모(박형준)를 기용하고, 휘하에 인터넷을 전담하는 국민소통비서관을 신설하여 다음 부사장 출신(김철균)을 발탁한 것도 인터넷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시민사회비서관을 새로 만들어 시민운동가 출신(임삼진)을 등용한 것 역시 소통의 리더십에 대한 인식 제고로 해석된다.

세 번째, 인터넷 시대에 요구되는 대통령의 리더십은 감화적 리더십이다. 촛불시위에서 여실히 나타났듯이 인터넷 세대들은 감성주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개인적 자존심, 나아가 민족적 자존심을 건드리면 무섭게 폭발한다. 이 대통령은 흙먼지를 뒤집어쓰더라도 고지를 기필코 점령하고야 마는 과업지향형 리더십인 동시에 절차나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CEO형 리더십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내각 인사,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 감성적인 부분에 대해선 소홀하게 지나치기 쉽다. 그의 화법 역시 직설적이어서 자칫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만면에 미소를 짓고 빨간 매직펜으로 밑줄 쫙쫙 그어가며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국정운영스타일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고싱’ ‘흠좀무’ ‘솔까발’과 같은 네티즌 용어의 의미를 이해하면, 그들의 정서에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과잉 인터넷 정치가 문제였다면, 반대로 이명박 정부는 과소 인터넷 정치를 보완해야 한다. 

로버트 그린은 또 다른 저서 ‘권력의 법칙’에서 권력의 제1법칙으로 ‘윗사람보다 잘나 보이려고 하지 말라’고 제안하면서 “윗사람에게 잘 보인답시고 당신의 재능을 지나치게 과시하려다가는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오만했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민심 이반현상을 거론하며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과거의 성공신화에 따른 자신감에 젖어 ‘윗사람’인 국민에게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려 하기보다는 ‘섬김의 리더십’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보이지 않는 권력으로 급부상한 네티즌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맏형처럼 신뢰감과 도덕적 권위, 공감대를 주는 소프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ㆍ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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