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ㆍ욕설＝범죄` 라는 인식 심어줘야

매일경제  기사전송 2008-08-13 04:16

◆n클린 / 인터넷 예절교실 (2)◆

"학생들을 상대로 저작권 표어 대회를 하면 학생들이 대부분 인터넷에서 표어를 베껴 옵니다. 저작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대회가 오히려 저작권 침해 사범을 만드는 셈이죠." 서울 S초등학교 정보부장 이 모 교사의 하소연이다. 저작권 의식을 높이기 위한 행사를 하더라도 그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학생과 학부모는 습관적으로 인터넷에서 '저작권 표어'를 검색해 과제를 제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중학생이 쓴 것처럼 그럴듯하게 16자 넘어가지 않게여 부탁해염^^ " 등 표어 베끼기를 조장하는 글이 수백 개가 올라와 있다.

학생들에게 저작권 등 인터넷 윤리를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터넷 윤리교육은 크게 △사이버 범죄 영역 △저작권 영역 △인터넷ㆍ게임 중독 방지 등에 맞춰져 있다.
초ㆍ중등 학생들의 '인터넷 윤리'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낮아짐에 따라 '무엇을' 가르칠까에 대한 고민 못지않게 '어떻게' 가르칠까에 대한 방법론이 본격적으로 연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사이버 범죄는 청소년들이 개인정보 침해와 인터넷상으로 이뤄지는 욕설이나 유언비어 유포 등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초ㆍ중등 학생들은 미니홈피나 학교 홈페이지에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들에게 악성 댓글을 달거나 욕설을 늘어놓는 행동을 쉽게 저지를 뿐만 아니라 18세 이상 게임을 하기 위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것마저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 개인정보 침해와 악성 댓글이나 욕설을 남기는 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용인시 신릉초등학교 김호정 교사는 "인터넷 윤리교육 시간에 거짓말로 다른 사람의 험담을 쓰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알려주자 학생들은 어디서 그렇게 큰 돈을 구하겠느냐며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며 "이후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욕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저작권 분야에서도 영화나 만화를 웹하드에서 주고받는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명백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중학교 윤창원 교사는 "저작권 교육을 할 때는 학생들이 스스로의 경험에서 저작권 중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ㆍ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교사 못지않게 학부모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실제로 축구선수가 꿈인 경기도 K중학교 김 모 학생이 하루에 5시간 이상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게임 중독 증상을 호소하며 지도교사에게 상담을 신청해 개선된 좋은 사례도 있다. 김군은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데다 형제가 없어 집에 종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게임에 빠지게 된 것이다. 지도교사는 인터넷 중독 증세를 통제하기 위해 학생에게 인터넷 사용일지를 작성하게 하고 매달 상담을 병행했다.

김군은 스스로 인터넷 사용일지를 보면서 게임 이용시간을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고 지도교사는 인터넷을 통해 학생의 꿈인 축구 관련 정보가 담겨 있는 사이트 등을 알려주며 게임이 아닌 다른 이용방법도 알려줬다. 김군의 게임 중독 증세가 완화된 것은 이러한 노력이 1년 가까이 진행되고 나서였다. 김군의 인터넷 사용시간은 하루 평균 1시간 정도로 눈에 띄게 줄었으며 하위권을 맴돌았던 학업성적도 중위권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최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