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즘> '외화내빈' 인터넷 문화 <프리즘> '외화내빈' 인터넷 문화 [사회] 2001.05.18 (금) 14:28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한국이 미국,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경쟁국들을 엄청난 격차로 제치고 광대역망 보급률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세계 10대 웹사이트중 5개가 한국 업체이며 네티즌들의 인터넷 이용시간도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고 있다. 기록면에서 보면 한국은 인터넷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선진국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같은 화려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빈곤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지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을 기준으로 음란 사이트를 찾는 한국 네티즌의 비율은 56%로 홍콩(40%), 싱가포르(36%), 그리고 대만(35%)을 제치고 '당당히' 아시아권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한때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O양 비디오', 'B양 비디오' 등 이 각종 와레즈 사이트나 음란 사이트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됐던 사실도 이러한 실태를 감안할 때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네티즌들은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획득의 장소로 인터넷을 그 어느 국가의 네티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사이트는 아시아 최고 밀도의 격전장으로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의 네티즌들은 조금 과장해서 얘기한다면 음란물,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그리고 온라인 게임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새로운 정보 습득과 각종 커뮤니티 참여 등 알차게 인터넷을 사용하는 네티즌의 수도 적지는 않겠지만 '자극적이고 돈이 되며 재미있는 것'을 원하는 상대적 다수의 목소리에 묻혀 이들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는다. 인기있는 국내 온라인게임 사이트에는 월간 280만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몰려드는 반면 국내의 대표적 문헌정보 기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의 홈페이지의 경우, 지난해 9월 재구축 이후 현재까지 월평균 70여만명만이 방문했다. 국내 여러대학과 정보협정을 맺으며 소장자료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국회도서관은 이보다 훨씬 못미치는 월평균 10만명의 홈페이지 방문객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구석구석 박혀있는 자극적인 사이트는 끈질기게 찾아내는 한국의 네티즌들이지만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을 돕는 '값진' 사이트들을 발굴하는데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실례로 99년 6월 개설된 '헝거사이트(www.thehungersite.com)'는 '자선음식 기부' 단추를 클릭하면 몇 컵 분량의 음식을 기업으로부터 기부받아 전세계 기아민들에게 전달해주는 웹사이트로 99년과 2000년에도 각각 3천t과 9천500t의 음식기부 실적을 올리는 등 전세계의 대표적 기부 사이트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전체 1억4천300만번의 클릭 중 절반이 넘는 9천730만여번의 클릭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12일 현재 1만7천여번의 클릭수를 기록, 180여개 국가 중 50위권에 그쳤다. 아시아의 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시아, 대만, 홍콩, 필리핀 등은 물론이고 나라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동유럽 일부 국가들도 모두 한국을 훨씬 앞질렀다. 인터넷 이용률 세계 최고, 광대역망 보급률 1위 등의 화려한 외형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결과다. 특정 사이트에 나타난 수치만으로 인터넷 문화의 빈부(貧富)를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이런 예 하나하나가 한국 네티즌들의 인터넷 문화가 편향돼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 문화의 왜곡.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근 이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점을 고쳐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한국사이버감시단 등 시민단체들은 10일 '안전한 온라인을 지키는 45개 시민단체 네트워크'를 출범시키고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인터넷 유해정보 추방을 위한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국내 모 경제신문은 이달부터 세계적 인터넷 업체와 함께 올바른 인터넷 활용을 돕기 위한 '웹 프론티어(Web Frontier)' 운동을 전개, 무질서한 인터넷 활용에 따른 사회적 폐해 예방에 나섰다. 권장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은 "건전한 온라인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인터넷 사용자에 대한 교육은 물론 인터넷 사업자들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민간단체의 자율적 규제활동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south@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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