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연대회의 대선보도 판단 잣대제시 인터넷한겨레 미국의 영화배우 짐 캐리에게 1998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트루먼 쇼>는 평범한 직장인의 생활을 하루 24시간 몰래 생중계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에 대한 현대인의 종속과 맹신을 풍자하고 있다. 현실과 연출을 분간하지 못한 채 미디어에 완전히 노출된 트루먼의 삶이 현대인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대통령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대선 후보들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까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삶, 생각과 정책 등에 관한 정보를 거의 전적으로 미디어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매체수용자들은 옳든 그르든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한국시청자연대회의(상임대표 김상근)가 22일 오후 한국언론재단 외신기자클럽에서 연 `대통령 선거보도 모니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는 일반인들이 미디어의 선거 관련 보도를 판단하는 데 유용한 잣대들이 제시됐다.
권혁남 교수(전북대)의 발제는 지금까지 나왔던 선거보도 감시의 방향과 방법을 아우른 종합보고라 할 만하다. 그는 국내 언론의 선거보도의 문제점을 크게 △불공정·편파 보도 △본질을 외면한 피상적 보도 △유권자를 소외시키고 불신과 냉소주의를 부추기는 보도 등 세 유형으로 나눈 뒤, 각각에 대한 점검항목들을 제시했다.
첫째, 보도의 양과 질에서 공정성을 유지하는가 후보별 보도 빈도 및 기사량(방송시간)과 주요 기사(카메라 집중) 비중 등이 양적 편파성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라면, 방송화면(사진)의 이미지 조작, 불공정한 뉴스가치 책정, 기사 내용의 불공정성, 후보별 정책 소개와 의제설정에서의 차별 등은 질적 편파성 여부를 따지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본질적인 정보를 전달하는가 전쟁·스포츠·게임 용어 등을 남발하거나 후보의 학연·지연·혈연 등을 강조하는 경마식 보도(흥미 위주의 선정적 보도)에 치중하지는 않는지, 후보의 공약을 동일한 기준에 의해 정책·이슈 중심으로 검증하고 심층적으로 비교·분석하고 있는지가 주요 점검사항이다.
셋째, 유권자 중심의 보도를 하는가 유권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과 필요한 정보들을 발굴하고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지, 의견이 인용된 유권자의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가 구체적이며 신뢰성이 있는지, 후보들간의 인신공격성 폭로와 자극적 언사를 여과없이 전달하거나 추측성 표현을 남발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김 교수는 또 텔레비전 토론의 경우 △후보간 정책의 비교·분석 △후보의 주장에 대한 사후검증 △후보간의 양적·질적 균형 △토론 이후 달라진 입장·정책 소개 등에서 얼마나 철저한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여론조사 보도에서는 단순한 지지도 조사나 조사결과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병철 사이버선거감시단장의 발제는 이번 대선이 본격적인 인터넷시대에 접어든 이후 처음 맞는 선거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사이버 선거운동의 수단은 크게 홈페이지, 커뮤니티, 전자우편, 인터넷 언론(여론) 등이 있다. 공 단장은 사이버 선거보도 감시활동 영역으로 선거 관련 법규 준수 여부, 전자우편의 내용적·기술적 불법 여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중립적 적극성 여부 등을 꼽았다. 그는 특히 `민간감시단체-중앙선관위-사법기관-콘텐츠사업자협의회’를 연계해 실시간 감시활동의 효율성을 높이자고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
선거보도와 관련해 많은 언론학자들은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매체수용자(유권자)들의 눈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재홍 교수(경기대)는 “민주사회 시민이라면 미디어에 함몰되지 않고 각 매체의 성격에 따른 보도·논평에 대한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02대선미디어공정선거국민연대 산하 선거보도감시위원회(위원장 최민희)는 대선 정국의 언론감시활동에 참여할 모니터 요원을 25일까지 모집한다. 선거보도에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일주일 동안 무료교육을 거쳐 2개월 동안 모니터 활동을 하게 된다.
(02)732-7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