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권리침해 구제 뒷전
문화일보   2008년 06월 25일 (수) 13:01 

인터넷 포털사이트안에서 유통되는 게시글, 이용자제작콘텐츠(UCC) 등 각종 게시물로 인한 폐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이 부분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상의 정보 유통 기술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자율적으로 권리 침해 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대규모 모니터링 전담 직원을 두고 사용자들이 올린 게시물에 대해 모니터링 작업을 하고 있으나 이들의 업무가 단순작업에 그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시물을 걸러내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NHN의 네이버는 430여명의 모니터링 전담직원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촛불시위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다음과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의 경우 각각 200여명의 모니터링 전담직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나친 욕설이 들어있거나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에만 삭제 작업을 할 뿐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선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게시물 양이 워낙 많기 때문에 완벽한 모니터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단 인터넷에 올려진 게시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요건을 갖춰(게시물의 인터넷 주소를 적시해서) 삭제 요청을 해올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근거, 30일동안 노출을 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임시조치를 취한다. 30일이 지나면 법적 판단에 따라 임시조치를 취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혹은 복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조치는 타인에 대한 권리 침해, 명예 훼손 등이 판치는 현재의 인터넷 환경에 비춰볼 때 지극히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권리 침해에 대한 네티즌 의식이 낮은 상태에선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피해자가 권리 침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인터넷 게시물 게재 환경을 바꿀 수 밖에 없고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이를 장려하는 쪽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릴 때 그 게시물 게재로 인한 권리 침해 여부와 그로 인한 자신의 손실을 즉각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 때만 현재의 혼탁한 인터넷 사용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며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명예훼손 소송 지원 등의 장치를 만들어 권리 침해 피해자가 이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