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랜 규제방안' 놓고 여야 격론.. 논란 확산되나
"모든 무선랜 이용자 범법자 만들 수도"vs "최소한의 사전장치일 뿐"
기사입력 : 2009-10-28 12:34:43 ·최종업데이트 : 2009-10-28 13:25:58

무선랜(와이파이) 인증 의무 법제화 방안을 놓고 여야간 격론이 벌어지는 등 국회에서 논란이 뜨겁다.

현재 정부와 통신사업자들은 무선공유기(AP)에 보안설정을 의무화하고 무인증 접속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무선랜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접속한 IP가 아닌 무선공유기의 IP만 남아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선공유기에 암호와 패스워드를 의무화하는 등 법적근거를 만들어 보안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변재일 “무선랜 보안 의무화 추진 될 경우 연간 1700억원 부담 늘어”

이와 관련해, 지난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변재일 의원(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우리나라 전체 무선랜 이용자의 49.7%가 무료사용자인 상황에서 무선랜 보안 의무화가 추진될 경우 연간 1700억원의 부담을 감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변 의원은 “특히 이 같은 수치가 2008년도 이용실태를 기준으로 산정된 것으로 무선랜 이용자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추가 요금부담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변 의원은 “무선랜은 '개방'과 '공유'를 특성으로 하는 네크워크”라며 “정부가 사업자로부터 막대한 대가를 받고 배타적 이용권리를 주는 다른 통신용 주파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변 의원은 무선랜에 대한 정부의 방안이 “최근 통신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유무선융합(FMC) 서비스 추세에 반하는 조치”라며 “무인증 접속을 불법으료 규정할 경우 모든 무선랜 이용자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가 무선랜 보안문제 대한 노력없이 자유로운 접속 자체를 제한하는 등 그 책임을 이용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 변 의원측의 주장이다.

 무선랜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노트북에 잡힌 무선랜 AP(무선공유기) 들이다.ⓒ 민중의소리

한나라당 허원제 “국민 책임전가, 유료화 정책 아냐”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같은 상임위 소속 허원제 의원(한나라당, 부산 부산진갑)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무선랜 보안강화 목적은 정보유출과 인터넷전화 도청 등 보안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지키자는 것이지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유료화 정책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허 의원이 변재일 의원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 이유는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동영상 자료를 통해 ‘무선랜 보안 불감증’을 지적했던 당사자이기 때문.

허 의원은 “현재도 대학이나 커피숍에서 개인인증만 확실하면 무료로 무선랜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허 의원은 “증가하는 무선랜 활용 범죄에도 추적이 불가능하다”며 “현행 법에는 통신서비스의 무단접속을 금지할 근거가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허 의원은 “선진국들도 무선랜 무단접속에 관한 규정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무선랜 보안강화 정책’은 일부에서 제기한 유료화 정책이 아니라 국민들을 개인정보유출 등 보안위험으로부터 사전에 보호해 줄 수 있는 사전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누리꾼들은 “보안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정부가 지나친 규제를 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무선랜 규제’ 논란은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김보성 기자 vopnews@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