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사이버테러’ 
# 2007년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다이하드 4.0’ 내용이다.
영화로 보는 ‘사이버테러’
매일경제 원문 기사전송 2009-07-20 16:41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미국의 네트워크가 공격받기 시작한다.
교통 통신 금융 전기 등 모든 네트워크가 파괴되고 테러리스트들은 모든 전산망을 손아귀에 넣는다.
해커를 잡는 것은 또 다른 해커의 몫.
그러나 용의주도한 테러리스트들은 자신의 계획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해커를 살해하기까지 한다.
날짜와 세부 내용만 다를 뿐 이번 ‘7·7 사이버테러’와 놀랍도록 닮았다.
영화 속에서 국가를 상대로 한 사이버테러가 2년 만에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그동안 할리우드는 사이버테러를 소재로 다룬 작품을 쏟아냈다.
스릴러·액션 영화 장르로 포장돼 확대 재생산됐던 것.
이들 영화는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의 맹점을 파고들며 조기 경보를 울린 셈이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지난 3월 개봉된 ‘카오스’를 들 수 있다.
영화에서 소개된 범죄 수법은 이렇다.
해킹을 이용해 24시간마다 계좌에서 100달러씩 이체한다.
은행 네트워크상에서 무차별적 반복을 통해 무려 10억달러를 빼간다.
시간차로 은행 계좌를 공격한다는 점, 컴퓨터 여러 대를 이용해 특정 사이트를 무력화시키는 방법 등이 최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과 유사하다.
2006년 개봉된 영화 ‘파이어 월(fire wall)’도 첨단 시스템의 허점을 고발한다.
영화 제목부터 사이버테러를 암시한다.
‘파이어 월’은 컴퓨터 보안과 관련해 외부 접근을 차단하는 방화벽을 뜻한다.
범죄집단은 정교한 컴퓨터 지식 없이도 회사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시킨다.
회사 중역의 가족을 납치해 그를 협박하는 고전적 방법을 택한 것.
때로는 네트워크가 개인의 사생활을 통제하기도 한다.
샌드라 불럭 주연의 영화 ‘네트’(1995년)는 해커에 의해 한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뒤바뀌는 상황을 설정했다.
영화 ‘스니커즈’(1992년)는 컴퓨터를 이용해 가진 자들의 돈을 빼돌려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별난 해커’의 이야기를 다뤘다.
‘IT강국’으로 평가되는 한국은 사이버테러 장르에 늦게 데뷔했다.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은 2006년 ‘모노폴리’.
1억개가 넘는 계좌에서 5조원이 넘는 금액을 인출하는 금융 범죄를 다뤘다.
이들 작품은 일부 영화가 범죄자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시 영화 속 설정과 수법이 그대로 현실에 나타났기 때문. 또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되는 모순이 자주 등장한다.
사이버테러는 눈에 보이는 폭력과 무관해 죄의식에서 자유롭다는 것.
영화 ‘스워드피쉬’(2001년)의 범죄집단은 전 세계 테러를 퇴치하기 위해 자금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사이버테러로 은행을 털어 ‘테러와의 전쟁’에 쓸 무기를 구입한다.
엄성욱 영화평론가는 “영화는 현실의 거울이지만 때론 현실의 촉매제 역할도 한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면서 “화이트칼라 범죄로 사이트를 파괴하는 해커들을 지나치게 미화시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문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