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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562 ▧ 일시: 2008-11-11 ▧ 언론매체: 국민일보 ▧ 2008/11/17(월) | |
아이 생활 발표에 가족은 얼굴 붉혔다 [미디어 중독 치료 캠프 현장] 아이 생활 발표에 가족은 얼굴 붉혔다 국민일보 2008.11.11 17:51 자주 보는 TV 프로는 '너는 내 운명'… 책 읽는 시간은 없어 "집에서 주로 어떤 TV 프로를 보세요?"라는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너는 내 운명'이요!" "'흔들리지마'는 꼭 봐요!" 등 답이 터져나온다. 둘 다 주 시청층이 중년 이상 주부인 드라마지만 답을 한 이는 남자 초등학생들이었다. 지난 7∼8일 서울 도봉동 도봉숲속마을에서는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가 주최한 가족 단위 미디어 중독 치료 캠프 '해피 미디어 테라피' 행사가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자녀 학교 교사의 권유를 비롯한 여러 경로를 통해 총 11가족 24명이 참가했다. 부모 대부분은 자녀의 TV 시청, 인터넷 사용 등 정도가 심각하다는 문제 의식과, 가족 전체의 변화 없이는 개선이 어렵다는 자각을 가지고 있었다. 행사의 대략적인 내용을 따라가며 자녀의 미디어 중독을 치료 또는 예방하기 위해 가족 단위의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첫 순서는 참가 가족들의 미디어 사용 실태를 알아보는 시간. 진행을 맡은 센터 조희원 상담실장은 가장 먼저 가족 단위로 현재 사는 집의 평면도 위에 TV 컴퓨터 오디오 MP3 휴대전화 등 미디어의 위치와 개수를 표시하도록 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식구 넷에 컴퓨터가 4대인 집, TV가 2∼3대인 집 등 미디어 초과 상태에 있는 가정이 상당수였다. "너무 많나…" 하는 한탄도 흘러나왔지만 선뜻 "당장 줄여야겠다"는 집은 없었다. "컴퓨터 조립이 애아빠 취미라서" "시어른들이 TV를 좋아하셔서" 등이 이유였다. 다음으로는 '우리 가족의 미디어 사용 시간'을 주제로 한 발표가 있었다. 하루 중 TV 컴퓨터 사용 시간과 휴대전화 비용, 신문 및 책 읽는 시간 등을 적기 위해 머리를 맞댄 가족들 사이에서는 "너 컴퓨터 사용 시간이 이거밖에 안된다고, 까불래?" "어떻게 막내 휴대전화 비용이 나머지 가족 다 합친 것보다 많냐" "엄마가 언제 그렇게 TV를 봤다고 그래?" 등 대화가 흘러나온다. 이어서 "TV 시청 시간은 아빠는 1시간, 엄마는 3시간, 나는 5시간. 책읽는 시간은 아빠는 없고 엄마는 1시간, 나는 없음" 등 내용이 발표됐다. 해당 가족들은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붉혔다. 미디어 사용 실태를 파악한 후 이어진 것은 치료 레크레이션. 줄다리기 풍선 터트리기, 신문찢기 등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활동을 통해 가족간의 유대를 높이기 위한 순서였다. 그 가운데서도 가족의 문제는 속속 드러났다. "아빠 생신은?"하는 질문에 대답을 못하는 아이,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음식은?"이라는 질문에 "밥"이라고 태연하게 답하는 아이, "아빠와 하루 노는 시간은?"이라는 물음에 "없음"이라는 아이 등…. 가족 간에 소통이 거의 단절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행사는 '애니어그램'이라는 심리 검사 기법을 이용해 각 가족 구성원들의 성격과 특징을 알아보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치료의 첫 단계는 가족들이 서로의 특성을 인정하고, 갈등을 빚지 않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라는 취지였다. 방과 후 대부분을 TV 시청과 PC방 게임 등으로 보낸 결과 또래들과 의사 소통이 안되고 ADHD(주의력 결핍 행동장애) 진단까지 받은 초등학교 6학년 진만(가명)이와 참가한 아버지 김희원(가명·52)씨는 "애가 늦둥이다 보니 애 엄마가 TV 보는 시간이 많고 아이하고는 의사소통이 잘 안돼 그간 갈등이 심했다"면서 "이번 캠프를 통해 부모부터 미디어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는 이경숙(가명·49)씨는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말썽을 부려 학교에서 정학 직전까지 갔던 중학교 1학년 아들 한영(가명)이와 참가했다. 행사 내내 부루퉁해 있던 한영이는 마지막 순서인 편지쓰기를 통해 "그간 엄마께 쓴 것이라곤 반성문뿐이었는데, 이번에 엄마 눈을 보니 힘들어 보이세요. 앞으로는 잘할게요"라는 마음을 털어놔 엄마를 눈물짓게 했다. 며칠 뒤인 지난 10일 이씨에게 전화로 경과를 물어봤다. "집에서는 TV와 인터넷이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전과 달라진 점은 딱히 없다"면서도 "그동안은 아이 탓만 했는데 캠프를 통해 아이를 변화시키려면 먼저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앞으로 장래희망 등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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