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409
▧ 일시: 2008-10-06
▧ 언론매체: 소년한국일보
▧ 2008/10/8(수)
부모가 모르는 사이버 뒷골목  

[엄마 생각/인터넷 오염] 부모가 모르는 사이버 뒷골목

소년한국일보  기사전송 2008-10-06 16:01

 호기심에 클릭… 일탈 행위서 점점 수렁으로
엄마와 아빠도 모르는 아이들만의 사이버 세상이 있다.
이 곳은 부모들의 눈을 피해 아이들만이 모여 노는 비밀의 공간이며, 때로는 미성년의 신분을 숨기고 어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정보를 나누는 거품의 공간이기도 하다.

실제 생활에서는 전혀 불가능하겠지만,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의 특성이 만들어낸 새로운 공간인 셈이다.

문제는 그 익명의 공간이 으쓱한 동네 뒷골목에 비유할 만큼 위험천만하다는 데 있다.
아이들은 이 곳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엄청난 폭력을 저지르고, 또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모른다.

부모가 그 장소만 알고 있다면 문지기처럼 지켜 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어린이 전용 사이트
언어 오염 넘어 폭력 수준 친구·교사 안티 카페도
게임 중 욕하기는 흔한 일
'욕'으로 검색하면 '욕 잘하는법' 줄줄이


◇언어 오염 심각한 어린이 전용 사이트

'아나 짱, 씨O, 썅, 존나, 조낸, 머갓은개…….'

입에 담긴 힘든 이 욕설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성인 사이트가 아니다. 바로 ‘쥬니어 네이버’(jr.naver.com)나 ‘야후 꾸러기’(kr.kids.yahoo.com)와 같은 어린이 전용 사이트의 어린이 회원이 올린 욕이다.

실제로 ‘쥬니버 카페’에서 카페 이름 검색 창에 ‘안티’를 입력하면 무려 218 개의 카페가, 또 다른 어린이 포털인 ‘야후! 꾸러기’에서는 무려 594 개의 카페가 검색된다.

이 중에는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안티 카페 뿐 아니라 학급 친구나 담임 선생님을 안티한다는 카페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쥬니버의 경우 ‘관산초 O학년 O반 OOO의 안티 카페’처럼 실명까지 언급한 카페에서부터, ‘OO초등학교 아주 O-O반 아주아주 짜증나는 OOO 안티카페 입니다. ... OOO 진짜 재수가 없슴니당.’처럼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는 홍보글을 걸어 놓은 곳도 많다.

홍보글 가운데는 ‘우리반에 OOO이라는 머갓은개 이씁니다. 그애는 싸움도 못하면서 조낸 깝쳐요. 그래서 왕따.’처럼 입에 담기 힘든 욕을 섞어 쓴 것도 적지 않다.

또 야후 꾸러기의 ‘아이비의 사랑을 보답하자.’란 카페에 사촌 오빠 얘기를 올린 한 여학생의 글에는 ‘ㅆㅂ ㅄ ㅅㄲ 바보!!!’라는 문장이 나온다. ‘씨O 병신 새끼 바보!!!’를 줄여서 쓴 글이다.

쥬니어 네이버의 ‘지식 검색’을 해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욕’이란 검색어를 입력하면 주로 ‘학교 생활’이란 대분류 아래 놀랄만한 글들이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말빨 쎄지는 법’, ‘욕 잘하는 법’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하나 같이 초등학생이 맞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아나.. ㅆ ㅑ.. ㅇ 지금 사람잡는놀이하는줄아냐? 썅 엿처먹어.’와 같은 욕설은 기본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라고 밝힌 한 학생이 너무 어린 아이들만 쓰는 욕을 안다면서 ‘쩌는 욕’을 가르쳐 달라고 써놓은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답변이 올라와 있다.

‘시비걸 때→ 야이개 O도 호로 새끼야 내가 그렇게 좋냐? 그지 깽깽아? 짜져라 병신 새끼'

'때릴 때→ 병신 씨O놈이 할짓이 없어서 내한테 때리고 지랄이냐? 그냥 공부나 하든지 집에 디지벼서 자든지'

'놀릴 때→ 씨O 그지 깽깽아 니애미 그딴식으로 자식 교육 하디? 니가 아주 뼈와 살이 갈라지고 싶어서 발악을 하고 있구나 그냥 꺼져라 자궁대신 시궁창물에서 태어난 새끼야 니 부모의 노력이 아깝다’

이 뿐이 아니다. 초등 4학년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요즘 초등 6학년과 인터넷에서 말싸움이 붙었다면서 ‘O발련아 니나 주둥아리 싸물어 OO년아 이러삼~저두’라고 답을 올려 놓았다.

이 밖에도 초등학생들이 주로 접속하는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S4 리그’ 등과 같은 인터넷 게임을 접속해 보면 ‘주접아냐, 초딩이 깝치냐, O발넘아, ㄱㅅㄲ(개새끼)’와 같은 욕이 오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부모 주민 등록 번호로 성인 사이트 가입
외국 포털도 손쉽게 접근


◇엄마ㆍ아빠 주민 등록 번호면 성인 정보도 OK

어른보다 더 심한 욕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어린이들이 즐기는 인터넷 공간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부모의 희망과는 달리 엄마ㆍ아빠의 ‘주민 등록 번호’만 있으면 어느 곳이건 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정보 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이 같은 성인 정보는 사이트 운영자들이 책임을 지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야후, 다음 등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와 ‘판도라 TV’ 등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들은 보다 엄격한 성인 인증 방식을 도입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엄마ㆍ아빠의 주민 번호를 알고 있거나, 학부모가 이미 가입한 사이트라면 이른바 음란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한마디로 식은 죽 먹기다.

실제로 대형 포털 사이트인 ‘다음’(www.daum.net)에선 성인의 주민 등록 번호를 입력 하는 것만으로 ‘화끈한 야동 동영상 에로팝’, ‘고화질 무료 야동 MAX야동’, ‘섹스 코리아’ 등 성인 사이트가 안내된다.

게다가 동영상 코너에서는 19 세 이하 청소년들이 관람할 수 없는 외국 동영상이 ‘유투브’, ‘TV팟’ 등의 사이트와 링크돼 아무런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볼 수 있다.

또한 외국의 포털 등에서는 이 같은 절차 없이도 한글 단어를 입력하면 눈 뜨고 보기 힘든 불법 성인 영상과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야후, 구글 등 우리 나라에서도 서비스 중인 외국계 포털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야후 미국 사이트(www.yahoo.com)에서 한글로 ‘포르노’란 단어를 입력하고, ‘이미지(image)’를 클릭하면 성인 사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사진이 수백 장씩 검색된다. 구글의 영어 사이트(www.google.com)도 마찬가지였으며, 이들 사이트에서 어린이에게 불건전한 정보를 검색하는 데는 1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 신문 역시 어린이들이 불건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된다. 종이 신문 대신 인터넷 신문을 보는 학부모들이 늘면서 이들 사이트에 가입한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사이트에서 성인용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들 사이트는 거의 모두 주민 등록 번호만 입력하면 아무런 제재없이 접속이 가능하다.


◇정보 유출과 게임 중독

아이가 부모의 주민 등록 번호를 알면 곧 성인 정보로 언제나 접근할 수 있다는 문제 외에도 소중한 개인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발생한다.

크게 두 가지로, 불건전 정보에는 웜 등의 바이러스가 있는 경우가 많아 콘텐츠를 이용하다보면 아이도 모르는 사이에 컴퓨터 해킹의 위험에 노출된다.

다른 하나는, 일부 가짜 성인 정보 사이트에서 인증 절차라며 주민 등록 번호를 입력하도록 한 뒤 그 정보를 몰래 빼내 국내는 물론 해외로 유포시키는 것이다.

이 두 경우 모두 부모가 철저히 컴퓨터를 관리하지 않는 이상 쉽게 알 수 없다. 단순히 주민 등록 번호만 유출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개인 정보가 다른 사람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도 그 만큼 높아진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은 엄마, 아빠의 주민 등록 번호를 어떻게 알아 낼까? 이 역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부모 몰래 의료 보험 카드 등에서 주민 등록 번호를 알아내는 것과 게임 인증을 빌미로 얻어내는 것이다.

일요일이던 지난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PC방, 금연석의 20 개 좌석은 절반 이상이 어린이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가 15 세 이상의 인터넷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ㅅ초등 5학년 김영식(12 세ㆍ이하 가명) 군은 15 세 이용가의 ‘스페셜 포스’ 게임을 즐긴다면서 “친구들도 한다고 말하면 엄마 주민 등록 번호로 아이디를 만들어 주세요.”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옆 자리의 최인수(13 세) 군 역시 “우리 반 남자 얘들은 거의 FPS(1인칭 슈팅 게임으로 대개 전투 게임 형태를 띰)를 하는데요.”라고 말했다.

최 군은 또 ‘메이플 스토리’나 ‘카트 라이더’ 등 전체 이용가 게임을 즐기지 않냐고 묻자 “요즘엔 1~2학년짜리 애들이나 하지 누가 재미없는 게임을 해요. 3학년 중에도 카스(카운터 스트라이크)하는 애들도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초등 고학년 남학생이면 거의 모두가 즐긴다는 FPS 게임 중에는 ‘폭력성’, ‘중독성’, ‘언어의 부적합성’ 등의 이유로 12 세 이하용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넥슨(www.nexon.com)의 대표 FPS인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각각 ‘15 세 이상’, ‘청소년 이용 불가’이며, 피망(pmang.sayclub.com)의 ‘스페셜 포스’, ‘아바’ 역시 ‘15 세 이상’ 등급의 게임이다.

어린이들의 이 같은 게임 성향에 대해 서울여대 유홍식(언론 영상학과) 교수는 “초등학생들은 게임 속에서 직접 공격적 행위를 선택해 실행하므로 방송에서 노출된 간접 폭력보다 큰 영향을 받는다.”라며, “여러 학술 연구들이 인터넷 게임의 지나친 이용이 폭행ㆍ사기ㆍ절도 등과 같은 일탈 행위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빈 기자 binys@s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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