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375
▧ 일시: 2008-09-25
▧ 언론매체: 조선일보
▧ 2008/9/25(목)
인터넷 이용 촉진 VS. 법적 통제 수단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시사 이슈로 본 논술] 인터넷 이용 촉진 VS. 법적 통제 수단

조선일보  기사전송 2008-09-25 03:04

인터넷 실명제 재논란

■인터넷 실명제 재점화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핵심내용 중의 하나가 인터넷 실명제이다.
정보관련 시민단체들은 인터넷 이용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을 통제하는 법률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는 인터넷 실명제를 반드시 실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며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을 지적했다.
올 초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및 광우병과 관련한 촛불시위에서 인터넷 여론의 폭발력을 정치권이 감지하면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용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이나 각종 정보를 올릴 때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이다.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혹은 공인인증서를 통해 본인임을 확인한다.
현재는 공공기관과 언론기관, 주요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부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전면적으로 확대되면 사이버 망명까지 고려하겠다는 네티즌들도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논란의 역사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지듯이 인터넷 환경이 발전하면서 사이버 범죄도 늘어간다.
불법 음란물을 유통시키고 해킹을 통해 정보가 유출되거나 익명이라는 조건을 악용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 혹은 유명 인사들의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는 악플러들이 늘 존재한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인내력을 테스트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자살에까지 이른다. 그럴 때마다 해결수단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등장했다.
2004년에는 선거법을 개정해 선거게시판 실명제를 실시했다.
불법 선거운동을 차단하겠다는 법은 오히려 자발적인 정치토론을 억제해 정치적 무관심을 확대시켰다는 평가가 있다.
2007년 7월에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 즉 제한적 실명제 실시로 주요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쓸 때에는 본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가 됐다.
이번 달에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보고서'에서 사이버 범죄예방을 위해서는 강력한 법적 규제보다 자발적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인터넷 실명제는 잘못된 정보유통을 막고 사이버 범죄를 철저히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한다.


■인터넷 실명제 논의의 핵심 3가지
첫째,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냐, 사생활 보호가 우선이냐의 논란이다.
헌법 17조(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조항이 18조(통신 비밀의 자유), 21조(언론의 자유) 조항과 대립하는 꼴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자연스럽지만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쉽지 않다.
실명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경우에 어떤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이 들면 사람들은 침묵의 복종을 선택한다.
비밀투표가 제대로 된 민의를 대변하는 중요원칙이 된 이유를 고민해봐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에서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수정헌법 1조와 함께 기본권의 핵심이라고 판결했다.
반면에, 사이버 세계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온라인과는 다른 인격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다치듯이 의도적인 악플은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둘째, 인터넷 실명제가 사이버 폭력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가이다.
사이버 폭력의 원인을 익명성이 아니라 유출된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구조라고 보면 사이버 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익명성을 더 보장해줘야 한다.
몇 천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보안체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실명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전면적 실명제를 실시하는 몇 개 언론기관의 게시판에서 아직까지 악플이 존재한다는 것은 실명제와 악플의 관련성을 약화시킨다.
반면에,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이 들면 사람들은 스스로를 규제한다.
언론게시판과 달리 선거게시판에서 악성댓글이 많이 사라진 것은 처벌의지의 차이에서 온다.
자기검열은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 인격을 지닌 도덕적 주체로 키우는 과정이다.

셋째,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자유와 책임의 문제이다.
강제로 실명제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자유롭게 영업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네티즌들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경영시스템을 선택하는 기업의 경우는 인터넷 실명제가 월권행위이다.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이명박 정부가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모순된 정책을 실시하고는 것은 정치적 고려가 계산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반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최근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보면 인터넷환경을 토대로 기업활동을 하는 당사자는 외부효과(외부불경제)에 대한 윤리적·경제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마치 대기오염의 유발 원인자로 자동차 운전자를 지목해 환경세를 부과하는 것보다 자동차기업이 1차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판매하는 것이 타당하고 효율적인 것과 같다.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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