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336
▧ 일시: 2008-09-11
▧ 언론매체: 아이뉴스24
▧ 2008/9/25(목)
정부, 인터넷 속의 인간행동 이해부족  

황상민 연세대 교수 "정부, 인터넷 속의 인간행동 이해부족"

아이뉴스24  기사전송 2008-09-11 18:30


인터넷에서 '익명성'만 걷어낸다면 현실공간과 유사해질 것이라는 현 정부의 인식은 '인터넷 속의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가 추진중인 인터넷 모욕죄도 현행 형법의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인터넷 표현의 규제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들어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11일 국회 미래과학기술·방송통신 포럼이 개최한 '제 2회 미래과학기술 방송통신 포럼: 인터넷 규제 정책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진단이 제시됐다.


◆"정부, 인터넷에서의 인간행동 이해부족"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의 논의: 인과 추론의 오류' 주제 발표에서 "지금 인터넷 규제에 대한 정부의 논의는 촛불문화 등으로 촉발된 사이버 공간에서의 지나친 악플이나 명예훼손 등에 대한 것"이라며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없애버린다고 현실 공간과 유사해지지도 않으며,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과 인터넷 속의 인간행동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궁창도 하수가 어디서 나오고, 어디로 흘러가며 왜 깨끗하게 처리해야 하는 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통해 정화되는 것이며, 더럽다고 없애버리면 겉으로 깨끗해 보일지라도 속으로 더 썩어 들어가는 것이라는 얘기다.

황 교수는 "겉으로는 상당히 엉망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자유를 향유하며 창의성이 끊임없이 분출되는 선진국도 존재한다"며 "규제와 자유가 적절하게 양립하는 사회는 이상적이고 '사기적' 이라며, 사회적 합의에 의해 선택을 해야 하는데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떤 쪽을 원하는 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가 주도해 인터넷 문화의 지향점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하며, 규제방향과 의사표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향점을 찾아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사이버 모욕죄 불필요"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이사는 ‘인터넷 의사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사적 성격의 표현행위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를 제외한, 자유로운 표현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이사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2년 전기통신사업법 53조에 대해 위헌이라고 밝힌 전기통신사업법 53조를 그대로 준용한 지금의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 조항(7호에서 9호까지)을 비판,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데도 행정권력이 마음대로 제한하려는 것으로, 적어도 개개인이 권리제한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하며, 불법정보에 대한 취급거부, 정지, 제한 등을 행정권력이 위임해 놓음으로써 개개인의 표현에 대한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전 이사는 아울러 "정부가 개정을 추진중인 정보통신망법에는 개정포털사업자에게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포털이 수천만건의 포털에 올라오는 글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라는 것으로, 부담을 느낀 사업자들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문제 가능성 있는 글들을 모두 삭제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반대했다.

황창근 홍익대 교수는 '우리나라 인터넷규제법제의 현황과 발전과제' 발표에서 인터넷 사이버모욕죄 신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황 교수는 "게시판이나 댓글 중에 모욕행위에 해당되는 표현이 상당히 존재하고, 인터넷의 건강성과 신뢰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형법상 모욕죄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형법상 친고죄 처벌조항을 반의사불벌조항으로 변경하는 것은 형법의 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이버 모욕죄 신설보다는 현행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인터넷상의 모욕행위를 규율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익명 그늘 폭력은 안돼"

그러나 토론에 나선 이헌 변호사(법무법인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대표)는 "익명의 그늘에 숨어서 집단적으로 남을 비방하는 등 지극히 폭력적인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폭력성의 책임을 이용자에게만 돌릴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포털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댓글이나 악플을 통해 피해를 보더라도 즉시 '임시조치'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며, 규정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과태료 등의 조항을 두려는 논의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잘못된 글로 인해 무차별 살포되는 잘못된 내용이라도 반론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규제를 강화해야 하며, 사이버 모욕죄 신설 검토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정보통신망법 전부개정안 공청회에서도 인터넷 규제강화와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가 논란이 됐다.

인터넷기업협회 김성곤 실장은 "정부가 인터넷에 규제가 가능하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으며,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하지만 역기능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순기능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인터넷 교육에 대해 얼마나 투자해 왔는 지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백대용 변호사(법무법인 세종)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의 파급효과가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올라있고, 파급효과에 상응하는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며 "이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이뉴스24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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