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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275 ▧ 일시: 2008-08-18 ▧ 언론매체: 경향신문 ▧ 2008/8/19(화) | |
달아오른 중국 민족주의…내부 결속·외부 마찰 ‘양날의 칼 ![]() 달아오른 중국 민족주의…내부 결속·외부 마찰 ‘양날의 칼’ 당국의 의도대로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13억 인구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영방송 CCTV 6개 채널이 생방송으로 올림픽 경기 현장 중계를 하고 있고, 시상식장마다 올라가는 중국 국기와 울려퍼지는 국가에 중국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오성홍기로 뒤덮인 길거리 응원도 베이징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인들이 올림픽에 환호하는 것은 지난날 ‘아시아의 환자’로 세계의 조롱을 받던 부끄러운 과거를 씻어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중국이 지금 추세대로 나가 금메달 순위에서 미국을 제치고 종합 1위에 오를 경우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과시할 수 있다. 중국 민족주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외국, 특히 서방 국가들을 향한 뿌리깊은 피해의식이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1945년 제2차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중국은 외세, 특히 서방 열강의 침탈에 시달렸다. 1900년 의화단의 난 때 8개국 연합군이 베이징에 진입해 쑥대밭을 만들고 갖은 문화재를 약탈해 갔다. 일본은 1930년대 동북지방에다 만주국을 세워놓고 중국 대륙 대부분을 폐허로 만들었다. 지난 3월 티베트 라싸에서 일어난 유혈폭동, 지난 4월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 당시 런던과 파리에서 일어난 성화봉송 주자들에 대한 티베트 독립 지지자들의 습격에 중국 사람들이 격분했던 것은 자신들이 업신여김을 당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한 일부 미국 선수단이 공기가 나쁘다는 이유로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입국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집단 항의를 받고 결국 사과한 것도 중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민족주의를 둘러싼 중국과 서방의 인식차도 문제다. 서방 사회는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만큼 티베트 등 소수민족 문제 해결과 수단·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독재국가들에 대한 지원철회 등 인권 개선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소수민족과 독재국가들의 관계는 중국의 내정이며, 이런 문제에 끼어드는 서방 국가들의 태도가 무례하다고 보고 있다. 일련의 민족주의 관련 시위에 대해서도 중국은 자발적인 애국심으로 보고 있는 반면 서방은 편협한 민족주의라고 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이 민족주의를 고양하고 있다. 젊고 교육 수준이 높은 네티즌들이 주역이다. 이들이 시민단체 활동이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인터넷 민족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5월 쓰촨성 대지진 때 20여만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현지로 달려갔지만 대부분은 10대와 20대의 젊은 대학생이나 직장 초년병이었다. 이들은 프랑스 슈퍼체인 카르푸 최고 경영자가 티베트 독립 자금을 지원했다며 카르푸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시위 주동자들이 지점과 장소를 휴대전화 메시지나 인터넷으로 알리면 동조자들이 가세해서 벌이는 방식이었다. 티베트에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진 다른 다국적 기업들도 네티즌들의 집중 표적이 되었다. 미국 CNN 방송이 티베트 유혈폭동과 관련해 중국 비하 발언을 했다며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것도 이들이다. 중국 사이버 민족주의 운동 원조는 1996년 7월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 때다. 당시 올림픽 주간 방송사인 NBC 앵커 밥 코스타스가 중국 인권 유린에다 중국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의혹 등을 제기했다가 중국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고 결국 사과를 해야 했다.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일어나고 있는 민족주의 열기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로서는 반길 만한 일이다. 사회모순을 일단 넘기고 총 56개가 되는 민족을 아우르는 데는 올림픽만한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민족주의가 과열되면 주변 국가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빚게 되고, 오히려 내부 안정을 해칠 수가 있다. 중국 민족주의를 서방 전문가들이 ‘양날의 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 중국 전문가 스티브 창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중국 민족주의가 주변 국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학생 시위를 주도했던 중국의 반체제 인사 천쯔밍(陳子明)은 “베이징올림픽은 나치 독재정권의 선전도구로 이용된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본받을 것이 아니라 정치개혁으로 이어진 88서울올림픽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민족주의의 미래에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징 | 홍인표특파원 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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