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럼] 올림픽과 정보보호

디지털타임스  기사전송 2008-08-08 08:06

 황중연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

1972년 8월 제 20회 뮌헨 올림픽의 성화가 타올랐다. 평화와 화합의 물결 속에 세계 각국 젊은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순수한 열정을 마음껏 분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 조직 `검은 9월단' 은 올림픽 선수촌에서 이스라엘 선수단 9명을 인질로 잡는다. 한편에서는 올림픽 경기가, 또 한편에서는 생사를 건 인질극이 벌어져 전 세계인들을 경악시켰다. TV로 생중계된 이 테러 사건으로 뮌헨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 아닌 `피의 제전'으로 몰락하게 됐다. 이는 지구촌의 축제가 돼야 할 올림픽이 정치적 이념과 목적에 의한 사건으로 그 순수한 정신과 이념이 훼손되면 어떠한 모습으로 변질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지금 중국 베이징 올림픽은 축제 분위기다. 이러한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도 테러의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개최국인 중국이 직면한 대내외적인 정치적,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이같은 테러 분위기는 최근 더욱 가시화되고 있어 더욱 큰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올림픽 성화봉송 과정에서의 불미스러운 일들은 차치하고라도 지난 5월 상하이의 시내버스 폭발을 시작으로 쓰촨성 라마교 사원 폭발사고, 윈난성 쿤밍의 시내버스 연쇄폭발 등 테러 의심사건에 이어 최근에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면서 중국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인 테러 사건과는 별도로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해킹 및 악성코드 전파, 홈페이지 변조 등 각종 보안위협 행위에 대한 예방과 대응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들의 목적을 드러내고 전파하는 것이 보다 용이할 수 있어 다양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림픽기간 중에 예상되는 사이버 공격들을 사전에 예방하고 공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가간의 협조가 중요한 것이 현실이다. 사이버 상에서 발생하는 침해사고는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서 발생, 국가간의 협조 없이는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최근 증가하고 있는 분산 서비스거부공격이나 악성코드 유포의 경우, 자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타국의 서버나 PC를 이용하고 타국에서 부여받은 도메인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간 적극적인 협조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새 사이버 침해사고 대응을 위한 국가간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국가간 협의체가 구성, 사이버 침해사고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03년 설립된 아태침해사고대응팀협의체(APCERT) 12개 회원국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한 사이버 공격 공동 대응훈련을 실시했으며 올림픽 관련 사이트에 대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과 악성코드 유포 사이트를 차단 조치하는 훈련도 실시했다.

APCERT 창립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도 협의체 운영위원이자 공동대응 훈련 설계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사이버 공격에 대한 모니터링 및 차단 시스템이 잘 갖춰져 국내 취약한 서버나 PC를 경유지로 하는 공격을 조기에 탐지, 차단함으로써 이웃나라의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지원하고 사이버 침해사고 대응을 위한 국가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더 높이'`더 빨리'`더 멀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지구촌의 스포츠 제전 올림픽에서도 이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 올림픽 경기에서는 전 세계 각 국이 경쟁을 펼치고 사이버 공간에서는 각 국이 협력해 안전한 사이버 세상을 구축하는 노력이 이뤄질 때 올림픽은 세계가 하나가 되는 진정한 화합의 장으로, 인류의 축제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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