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032
▧ 일시: 2009-10-10
▧ 언론매체: 스포츠한국
▧ 2009/10/31(토)
10대들 인터넷 사기 극성… 어른 뺨친다  

10대들 인터넷 사기 극성… 어른 뺨친다
스포츠한국 원문 기사전송 2009-10-10 06:26

 ■경찰기자가 본 사건 25시

발송기록 없는 '편의점 택배' 이용 교묘
"성매매 알선" 돈 가로챈후 잠적 수법도
작년 사이버범죄 중 26% 차지… 2년새 2배

지난달 15일 직장인 김모(26)씨는 평소 갖고 싶었던 40만원대의 게임기가 인터넷 중고매매사이트에서 반값에 나온 것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 마음에 걸렸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제품을 선물 받아 급하게 팔아야 된다"는 문구에 구매를 결정했다.

"신용카드 결제는 안되고, 급전이 필요한 만큼 입금을 먼저 해달라"는 요구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김씨는 택배 접수번호만큼은 받아 챙겼다. 하지만 이틀 뒤 택배를 통해 도착한 물품을 보고 김씨는 할말을 잃었다. 박스를 뜯자 게임기 대신 빈 깡통이 담겨 있었던 것.

인터넷 매매시 판매자가 돈만 받고 잠적하는 바람에 사기 당했다는 경우는 많이 들어봤지만, 엉뚱한 물건을 택배로 보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낭패감은 더욱 컸다. 김씨는 당장 택배 발송자를 확인해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범인들이 발송자 기록이 남지 않는 '편의점 택배'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결과 범인들은 어이없게도 장모(19)군 등 10대 2명이었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올 7월부터 두 달여 동안 35명에게 300여 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택배물품에서 깡통 소리가 들려 수상하다는 편의점 여직원 신고로 붙잡긴 했지만, 요즘 10대들의 사기술이 기가 막힌다"고 했다.

어른 뺨치는 10대들의 인터넷 사기행각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지난해 적발된 해킹, 불법사이트 운영, 인터넷 사기 등 전체 사이버 범죄가 12만 2,227건으로 이중 10대 범죄가 26.6%(3만 2,500여건)나 됐다.
특히 10대 범죄비중은 2006년 13.4%에서 2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신분을 마음껏 숨길 수 있는 인터넷 판매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된 각종 안전결제시스템과 확인절차도 10대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최근 초등학생 300여명으로부터 2,7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10대 2명도 휴대폰 소액결제시스템을 교묘하게 이용해 사기를 쳤다.

이들이 노린 범죄대상은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초등학생들.
이들에게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접근한 후, 선물을 받으려면 부모의 휴대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 확인이 필요하다고 속였다.
번호를 알아낸 이들은 인터넷으로 게임아이템을 구매한 뒤 해당 휴대폰번호와 주민번호를 입력해 결제를 했고, 초등학생들은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결제승인 요청을 '이벤트 당첨 확인'으로 착각해 확인 버튼을 눌렀다.

지난달 13일 전주 덕진경찰서에서는 온라인게임 이용자의 계정을 해킹한 10대 5명이 붙잡혔다.
이들은 온라인 게임 이용자의 마일리지를 몰래 빼돌려 상품권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온라인 게임 이용자 450명으로부터 총 5,000여만원 상당을 가로챘다.

안전구매를 위해 은행들이 도입한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마저도 10대 사기꾼들의 타깃이다.
에스크로는 구매자가 제3의 계좌로 먼저 입금한 후 물건을 받고 나서 승인을 하면 실제 판매자에게 돈이 넘어가는 제도다.

사기범들은 그러나 대포통장 계좌를 개설해놓고는,
구매자의 휴대폰으로 "○○은행 에스크로 담당입니다. △△계좌로 입급하면 안전 처리됩니다"는 식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으로 구매자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에스크로 제도를 정확히 모르는 구매자들은 문자메시지를 곧이곧대로 믿고 대포통장 계좌로 돈을 입금해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려다 돈만 떼인 A씨는 "전화 통화 시 고등학생이라기에 설마 사기를 칠까 싶었고, 에스크로 계좌라는 메시지 발송처가 은행 콜센터 번호여서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리다"며 동정심을 자극해 돈을 뜯어내는 사기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4일 경찰에 붙잡힌 A(16)양의 경우 인터넷 게시판에 "부모의 학대를 피해 정신병이 있는 동생과 살고 있는데 병원에 입원시킬 돈이 필요하다"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올렸다.
이를 본 네티즌 25명은 B양이 올린 계좌번호로 60여 만원의 돈을 송금했다.

하지만 경찰조사결과 B양은 충남 태안에서 부모와 함께 살며 동생도 없었다.
B양은 경찰에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고, 용돈을 벌려고 했다"고 말했다.
올해 8월부터 친구와 함께 인터넷 메신저 채팅을 통해 자신이 불우한 가출소녀라고 속여 차비 명목으로 42명으로부터 1,000여만원을 송금 받아 달아난 이모(18)군도 지난달 28일 사기혐의로 체포됐다.

피해자가 쉽게 신고하지 않는 성매매 알선 사기 수법도 10대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채팅으로 알게 된 남성들에게 여성을 소개해주겠다며 돈을 받은 뒤 잠적하는 방법으로 수 천 만원을 가로챈 10대 3명이 지난달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200여명의 성인 남성으로부터 수 천 만원을 뜯어낸 후 대포통장 계좌로 송금 받은 후 연락을 끊었다.

10대들이 인터넷 사기에 발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한 유명 인터넷사기 피해정보공유 사이트에서 '자신이 10대 인터넷 사기범'이라며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인터넷 사기를 당하고 보니 나도 한 번 되갚아주고 싶어 똑같은 방법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또 다른 10대의 경우는 "우연히 팔려고 내놓은 컴퓨터가 이미 팔렸는데도 구매하고 싶다는 문자가 오길래 장난 삼아 돈부터 입금하라고 했더니 금세 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휴대폰 결제를 악용하다 경찰에 붙잡힌 김모(19)군도 "평소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인터넷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해봤는데 너무 쉽게 돈을 벌 수 있게 돼 자주했다"고 털어놓았다.

윤성해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기획팀장은 "10대들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쉽게 사기수법을 배우는 데다, 미니홈페이지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개인정보로 대포통장이나 대포폰도 손쉽게 개설하고 있다"며 "인터넷 사기는 남과 직접 대면할 필요도 없어 별다른 죄의식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하반기 인터넷 사기 집중단속기간을 설정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강지원기자 sph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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