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력서가 나도 모르게 인터넷에 둥둥… 내 이력서가 나도 모르게 인터넷에 둥둥…
경향신문 원문 기사전송 2009-10-09 18:58 최종수정 2009-10-10 17:37
ㆍ까맣게 잊고 있던 입사지원서류 노출 ‘봉변’
ㆍ업체측 “직원 실수”치부…보안의식 허술
천안에 사는 조모씨(30·여)는 며칠 전 모르는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남자는 ‘조모씨가 맞냐’며 묻고난 뒤 횡설수설하면서 느닷없이 음담패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황당함에 전화를 끊으려던 조씨는 남자가 자신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남자는 “인터넷에서 이력서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조씨가 실제 검색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입력해보니 사진과 주민번호, 학력, 경력 등 개인정보가 담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화면에 떴고 다운로드까지 가능했다.
알고보니 몇 년전 한 대학에 제출한 입학지원서였다.
조씨는 “입학지원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며 “(내 신상정보가) 몇 년동안 인터넷에 떠돌았을 것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진다”고 분통해했다.
입학이나 입사지원용 제출서류가 인터넷에 노출돼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조씨의 경우처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업체의 실수로 외부에 공개돼 ‘봉변’을 당하는가 하면 신상정보를 악용한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조씨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검색사이트 ‘구글’(www.google.co.kr)에서 이름만으로도 쉽게 검색됐다.
클릭하면 2년전 조씨가 입사지원한 ‘한국사이버대학’의 웹페이지로 연결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다운로드가 가능한 상태.
조씨는 “이력서 한번 잘못 올렸다가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말로만 듣던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직접 겪어보니 (피해 경험자들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알겠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직원의 실수로 치부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대학 관계자는 “당시 담당 직원이 조씨의 이력서를 회사 이력서 표준양식으로 오인해 게시를 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파일은 곧바로 삭제 조치했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체측의 관리소홀로 이와 유사한 피해가 늘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란 쉽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무수히 많은 웹사이트를 모니터링한다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업체측에서 사전에 보안의식을 철저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문했다.
개인정보 노출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구글에 한번 노출된 신상정보로 검색해보면 그 사람의 성향까지 고스란히 파악할 수 있다.
조씨의 경우 쇼핑몰에 남겼던 상품평에서부터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사이트에 적었던 답글, ‘귀족성형’ 문의 글 등 조씨의 모든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업체가 개인정보 관리 조치를 미흡한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정부기관의 실사를 거쳐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고, 이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해 업체의 개인정보 관리 의무를 규정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위반한 사업자는 3년 내 3회 이상, 2회, 1회 등 위반횟수별로 각각 3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의 과태료를 차등 부과받게 된다.
또 개인정보 관리 책임자 지정 등(정보통신망법 27조)의 규정을 위반하는 형태로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위반하는 사업자는 3년내 3회 이상, 2회, 1회 등 위반횟수별로 각각 2000만원, 1200만원, 600만원을 차등 부과받는다.
<경향닷컴 안광호기자 ahn7874@khan.co.kr>